'찬조금 뜯기 체육대회' 주민·기업서 3억 거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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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 1일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제일고등학교 운동장에서는 파주시 13개 읍.면 주민 15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시민화합을 위한 '파주시민 체육대회'가 열렸다. 이벤트사에서 동원한 20대 치어리더의 화려한 춤과 전자 전광판, 고가의 시상품 등이 내걸린 이날 행사는 시민 체육대회로 보기에는 너무 화려했다. 그리고 이날 환호와 박수갈채 뒤에는 관내 기업체와 주민들의 '쓴웃음'이 가려져 있었다.

파주시 13개 읍.면사무소 공무원들이 체육대회를 빙자해 관내 기업체와 주민들에게서 수억원의 찬조금을 뜯어냈기 때문이다.

경찰수사 결과 지금까지 7개 읍.면사무소가 121개 기업체와 개인에게서 3억여원을 찬조금 명목으로 뜯어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경찰이 나머지 6개 읍.면사무소를 조사할 경우 액수는 더욱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찬조금은 읍.면장이 관내 기업체와 주민들에게 초청장을 보내 노골적으로 종용했다. 일부 면사무소는 이장단회의를 소집해 마을별로 가구당 5000원씩 모금액을 할당하기도 했다.

기업체는 대부분 파주시와 연관된 회사들로 이들 업체는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최소 50만원에서 수백만원의 돈을 냈다. 석산.레미콘회사인 G사는 사업체가 있는 면과 차량이 통과하는 2개 면에 모두 700만원을 낸 것으로 밝혀졌다. Y업체 현장소장 민모(35)씨는 경찰에서 "찬조금을 내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500만원을 냈다"고 말했다.

이들 읍.면사무소는 지난 4월 말 파주시로부터 '기업체 찬조금을 받을 경우 말썽의 소지가 있으니 받지 말라'는 공문과 함께 2000만~3000만원씩 예산을 지원받고도 찬조금을 뜯어냈다.

경기경찰청은 찬조금을 받은 읍.면사무소 공무원들을 직권남용과 뇌물수수 혐의로 조사하는 한편 공무원이 찬조금을 착복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엄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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