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우먼>의류업체 36세 함서경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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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스물한살(81년도)에 창업한 처녀사장.의류수출입업체 ㈜유러피안 함서경(咸瑞京.36.사진)사장은 『사업은 호기심』이라고 말한다. 강원도강릉이 고향인 그녀는 목재상을 하는 아버지 아래서비교적 유복하게 자랐고 비올라를 켜던 여고시절부터 「대학진학을해야하나,사업을 해볼까」라는 고민을 했다고 한다.사업에 대한 「끼」가 발동한 것이 조숙했다고 할까.
이 고민은 전문대학을 1년 다니고 나서 사업쪽으로 결론을 냈다.당시 아버지에게 얘기를 꺼냈다가 『여자가 무슨 사업이냐.공부해서 좋은 남자 만나 시집이나 가라』며 핀잔만 잔뜩 들었다.
그녀는 21세때 당시 강릉지역에서 「대가 센」 집으로 소문나사업하는 사람마다 망했다는 연건평 1천여평 규모의 작은 호텔을통째 월세로 빌리는 계약을 했다.사장이 된 것이다.거기에서 처음 손댄 것이 동창회등 각종 모임자리를 제공하 는 연회이벤트.
이때 처음으로 돈을 수중에 쥔 咸사장은 90년 사업무대를 서울로 옮겼다.명동에서 수출재고품 떨이장사에 나서 당시 서구풍의패션의류 붐을 업고 목돈을 벌었다.그녀의 표현대로 『돈 세기가바빴다』고 한다.
이에 힘입어 서울 강남에 자신의 이름을 딴 「함스통상」을 차려 본격적인 의료제조업으로 발을 넓혔다.그러나 의류수출이 부진해지자 거꾸로 이탈리아에서 주문자상표부착(OEM)방식으로 제품을 들여와 국내 유명브랜드에 공급하는 지금의 회사 를 세웠다.
『아직 연매출이 20여억원에 불과한 소기업이지요.그러나 비즈니스호텔 하나는 세울 겁니다.』 내로라하는 국제패션박람회를 빼놓지 않고 다니는 咸사장은 여자이기 때문에 일과 숙식을 한곳에서 할 수 있는 비즈니스 호텔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한다.
咸사장은 외국어가 짧지만 해외출장은 홀몸을 고집한다.『비즈니스는 결단을 해야하는 일이 많은데 누구를 데리고 가면 자칫 의지하거나 게을러지기 쉽기 때문』이란다.
여자이기 때문에 아직도 남자보다 신경써야 할때가 많다.부하 직원들을 관리할 때에도 그렇고 특히 은행과의 거래는 몇단계 더거쳐야 한다.
『은행에서 처녀사장이라니까 처음엔 기업관련 서류를 검토도 하지 않더군요.몇차례 낙담도 했지만 변제기일을 하루먼저 지키다보니 이젠 신용으로도 돈을 빌릴 수 있게 됐습니다.』 유러피안 식구는 모두 6명.대졸사원은 한명도 없다.그러나 그들이 받는 봉급은 대기업못지 않다.咸사장이 학력파괴의 경영을 하기 때문이다.내년엔 연봉제를 도입할 생각이다.그녀는 결혼과 관련해 『40세가 되면 좋은 일이 생길 것같다』면 서 『벤츠를 몰고다니니까 콧대높은 여자로 보일까 걱정스럽다』고 수줍어한다.
〈고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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