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주민카드 전문가들 이렇게 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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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내무부가 추진하고 있는 주민정보관리체계 개편은 관리절차가 간소화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역기능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 관련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철수 한국전산원장은 『지방자치제 시행 이전부터 지방별로 전산센터를 설립,주민정보를 관리해오고 있는 것을 중앙전산센터로 통합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막대한 손실,즉 지방정보화 기반및 위험분산기능 약화등 심각한 역효과를 가져올 것』이라 고 분석했다. 지방정보화 향상은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지난달 발표한 「정보화선언」에서도 비중있게 다뤄진 사안.21세기 정보화사회로 무리 없이 진입하기 위해 전국토의 균형 있는 정보화가 시급한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터에 대통령이 이 문제를 직 접 챙기고나서 지방자치단체들은 모두 크게 환영했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지방에 구축해 잘 운영되고 있는 전산시설을 활용하지 않고 중앙으로 집중시키겠다는 내무부 계획은 되레 정보화의 서울 집중화를 부채질한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일반적으로 중앙집중식으로 전산망을 운용할 경우 대형사고에따른 위험분산이 어렵다는 것도 큰 문제로 지적된다.
중앙집중식으로 전산망을 운용하고 있는 시중은행의 중앙컴퓨터가종종 고장나 창구업무가 마비되는 사태는 시사하는 바 크다.
이와 함께 약 10년 동안 민관(民官)이 막대한 자금을 들여기반을 닦아오고 있는 국산 중형컴퓨터산업이 중대한 위기에 몰리게 된다는 점이다.
내무부 관계자는 『중앙전산센터용으로 슈퍼급컴퓨터 5~10대를도입할 계획으로 조만간 조달청에 기기 구매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어 국산기종이 설 땅은 더욱 좁아지게 됐다.
박봉균(朴奉均.한국컴퓨터연구조합)사무국장은 『현재 정부와 업계가 대형 국책과제로 개발해 상용하고 있는 국산 중형컴퓨터로도얼마든지 사진등 주민정보를 관리할 수 있는데 중앙집중식으로 개편해 외제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은 이해하기 힘들다 』는 입장을 밝혔다.그는 민관이 하나가 돼 행정전산망용으로 추진해온 중형컴퓨터 국산화작업에 정부 스스로 찬물을 끼얹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내무부 관계자는 『중앙전산센터로 통합하게 되면 전국의주민자료를 한 곳에서 효과적으로 관리.이용할 수 있고 예산절감등 효과가 크다』고 이 계획의 추진이유를 밝혔다.
주민정보 관리용으로 15개 지방전산센터에 설치된 행정전산망용주전산기는 모두 81대,약 2백50억원 규모다.
그러나 김원식(金源植)정보통신부 산업지원과장은 『외국기술 의존에서 탈피하자는 행정전산망용 주전산기 국산화작업의 취지가 퇴색될 뿐아니라 정부의 「국가경쟁력 10% 향상」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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