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나다>표현의 자유VS 극단적 방종-패닉 노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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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온갖 욕설을 다 퍼붓고/남의 자존심 건드려 놓고/내 모든 걸 박살내버리곤/한마디 하는 것이 「사랑해」/(…)썩은 돈놈과돈은 떨어질 수 없는 사이/이것 하나면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지」(『벌레』중에서).
「빛을 보면서부터/우리에 대한 그들의 욕심은 끝이 없지/이것저것 요것조것 무엇이든 시켜보지/(…)그들은 마치 뚱뚱한 돼지같지」(『마마』중에서).
지난 10월8일 두번째 앨범 『밑』을 발표한 패닉은 현재 대전.부산.대구등 전국 대도시 순회콘서트를 하면서 흑인 음악의 일종인 힙합 리듬에 가사를 빠르게 내뱉듯 노래하고 있다.하지만 그것은 끝내 사회적 논쟁으로 비화,「들끓고 있다」는 표현이 옳을 정도다.
그때문인지 그들은 인터뷰를 피하고 있다.자신들이 나서는 것 자체가 파문을 증폭시킬지 모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가사에서 보듯 『벌레』는 일부 교사들의 폭력 행사와 촌지수수관행,『마마』는 일부 부모들의 왜곡된 교육열에 대한 노골적인 비난을 담고 있는 노래다.
이 곡들을 작사.작곡한 패닉은 『세상 밑바닥의 황폐한 풍경을담아보려 한 것이 이번 앨범 제작의 동기이며 「벌레」와 「마마」는 우리나라 교육 현실의 극단적인 모순을 그에 걸맞은 적나라한 언어로 묘사한 것』이라고 곡의 의도를 밝혔다 .
그러나 이 노래들의 직설적이고 거친 표현들은 많은 이들의 비난의 표적이 됐다.PC 통신에서부터 불붙기 시작한 비난의 입장은 「표현의 자유가 방종을 낳은 결과」라며 무책임한 가사 표현으로 대다수 훌륭한 교사.부모들의 명예를 실추시킨 데 대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KBS.MBC.SBS등 방송3사측은 이미 방송 불가 판정을 내린 상태.
특히 『벌레』에서 직접적인 공격 대상이 된 교사들의 경우 패닉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낮출 요량이 아니다.
대부분 교사들은 『심한 수치감과 자괴감을 느낀다』며 노랫말로교육 현장과 교사의 권위를 추락시킨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한다고강변하고 있다.
전국 교사들의 회원 단체인 한국교총은 이 노래들을 교권과 모권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받아들여 법률적 대응 움직임을 보일정도다. 한국교총의 손인식 교권국장은 『현재 문화체육부.공연윤리위원회와 함께 적절한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는 단계로 1차적으로는 공연행위 금지 방안에 대해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이에 대해 패닉측은 『초점없고 소모적인 논쟁에 끼고싶지 않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직접적인 언급을 회피하고 있는 상태.실제 이번 가사가 패닉의 개인 경험과는 무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패닉의 멤버인 이적은 최근 PC 통신에 올린 글을 통해 『이번 논란은 앨범 전체의 의미에 대한 이해없이 단 몇줄의 가사에자극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하면서 『일부 폭력.부패 교사에 대한극단적인 표현을 전체 교사들에 대한 매도인양 해석하는 것도 또다른 폭력의 일반화가 아니냐』는 반론을 펴기도 했다.
***그 러나 『벌레』에 대한 교사들의 반론이 단지 음악적 소견 부족에서 오는 오해 차원에 머무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일반적인 입장이다.
패닉의 묘사처럼 교단의 구조상 「가학적」일 수밖에 없는 교사의 현위치를 스스로 인정한다고 말한 한 교사는 『이렇게 대중가요에 씹힐 만큼 추락한데 비애를 느낀다』며 「이지메」(학생폭력의미의 일본어)를 당한 듯하다는 서글픈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패닉의 『벌레』 『마마』가사파문이 음반 사전심의제 폐지 이후 처음으로 불거져나온 문제라는 점에서 일각에선 사전심의제의 필요성에 대한 공론이 형성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일단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 음반에 대한 사후조치 권한을 쥐고 있는 공륜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사전심의제 폐지를 주장했던 대중음악 평론가 강헌씨는 『사전심의제 폐지는 음악인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을 대중에게 전달할 자유를 주었지만 이와 더불어 자신이 말한 것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요구한다』며 『이번 논란은 대중음악의 사회적 책임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일례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 황옥주<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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