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은 철학책, 하급은 소설 … 국어도 수준별로 수업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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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랑구 망우동 동원중학교에 다니는 김모(3학년)양은 일주일에 4시간인 국어수업 가운데 한 시간은 『퇴계 달중이를 만나다』라는 철학책을 읽는다. 내용이 지루하고 다소 딱딱하지만 평소 독서습관이 갖춰진 김양은 무리 없이 이해하고 있었다. 같은 반 친구인 박모양은 그 시간에 『납치여행』이라는 소설책을 읽고 있다. 재미있게 구성된 소설책을 읽으며 박양은 독서습관을 길러나가고 있다.

이 학교는 올해 ‘수준별 독서학습(국어과)’ 제도를 도입했다. 학생들에게 자신의 수준에 맞춰 각자 다른 책을 읽게 하는 것이다. 학교는 평가시험의 국어과목 성적에 따라 상·중·하로 나눠 학생들에게 맞는 책을 권해주고 한 달간 한 권을 읽게 한다. 책을 읽은 후 학생들은 책 내용에 대해 서로 토론하고 독후감을 작성해 논리력과 사고력을 높이고 있다. 상급 학생에게는 철학·고전·역사로 분류되는 책을 안내한다.


또 중급 학생에게는 『오체 불만족』과 같은 수필류를, 책 읽기에 흥미가 떨어지는 하급 학생에게는 쉽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을 권하고 있다. 전은영(국어과) 교사는 “자신에게 맞는 책을 읽기 때문에 아이들의 흥미도와 집중도가 높고 일반 수업보다 재미있어 한다”며 “책 읽기 습관이 잡히지 않은 아이들은 소설을 권해 일단 습관 들이기와 흥미 유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4·15 학교 자율화 조치’ 발표 이후 서울시내 학교의 수준별 수업 모습이 바뀌고 있다. 23일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수준별 (이동)수업이 일부 학교에서 국어과목으로 확대됐다.

◆국어 수준별 수업 등장=시교육청은 교과부의 자율화 조치 이후 지난 4월 24일 자율화 세부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영어·수학으로 제한됐던 수준별 수업 과목을 국어·사회·과학으로 확대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올 8월 기준으로 중학교 2곳과 고등학교 10곳 등 총 12개 학교에서 국어 과목 수준별 수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갈수록 국어 과목의 수준별 수업을 도입하는 학교가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과학과 사회 과목의 수준별 수업은 아직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서울 재현고의 김병추(교무부장) 교사는 “과학과 사회는 선택과목이 다양해 수준별보다 선택과목별 이동수업을 하고 있다”며 “교사 수와 교실 수, 학생 수 등에서 개별 학교에서 수준별 수업을 하기에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 편성 세분화=수준별 이동수업의 반 편성은 중·고등학교 모두에서 세분화되고 있다. 상·하의 단순한 2단계에서 상·중·하 혹은 상·중상·중하·하 등 3~4단계로 더 잘게 쪼개 교육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고등학교는 영어와 수학 과목 모두에서 2~3단계 반 편성이 줄고 4단계 반 편성이 늘었다. 서울시내 302개 고등학교 가운데 수학 과목을 2단계로 편성하는 학교는 77곳에서 39곳으로, 3단계는 115곳에서 101곳으로 줄었다. 반면 4단계 수업을 하는 학교는 36곳에서 70곳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중학교는 영어·수학 과목에서 2단계 반 편성은 줄고 3~4단계 반 편성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민동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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