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戰+명칭 한국 '명분선택'-월드컵축구 실무회의 결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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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7일(한국시간) 스위스 취리히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개최된 실무회의의 결과는 한국과 일본 양국의 국민감정과 다양한 이해를 반영한 타협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한국은 형식적 의미가 강한 개막식과 공식명칭으로 외형적 명분에 치 중한 반면 일본은 월드컵의 하이라이트인 결승전 유치로 실속을 챙겼다.
이날 결정은 FIFA측이 한국에▶개막식▶총회▶본선 조추첨을,일본에는▶결승전▶대륙별 예선 조추첨▶대회공식명칭을 배당하는 일괄 타협안을 제시한데 대해 한국이 명칭부분에서 일본의 양보를 얻어 내 타결됐다.
그러나 한국으로서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우리의국민정서상 공식명칭을 「일본-한국」순서로 한다는 것은 용납되지않는다.「결승전 대(對) 공식명칭+개막전」을 묶어 제시할 경우선택의 여지는 당연히 좁혀진다.
공식명칭은 앞으로 모든 문서.광고등 공식기록물에 남는 역사적가치로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점은 우리의 성과라고 평가된다.개막식도 결승전에 비해 경제적.광고적 효과는 크게 떨어지지만 한국이 진출할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남의 잔치에 마당만 제공할 바에야 개막식이 더 유익하다고 우리대표단은 판단했다. 또 개최국이면서 우리의 국가원수가 일본까지 건너가 개막식에 참석하는 모양새도 우리의 정치적 정서에 비춰 국민들을 이해시키기 어렵다는 것이다.FIFA회장을 선출하는 총회의 유치도 정몽준 현FIFA부회장이 아벨란제 현회장의 뒤를 이어 FIFA대권을 겨냥한 포석이라는 것이 현지의 분석이다.
일본은 비록 월드컵의 하이라이트인 결승전으로 실리를 선택했지만 불만스런 분위기다.일본은 공식명칭과 결승전에 집착했지만 이들 사안보다 경기와 참가국수를 늘리는데 더 큰 비중과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일본은 98년 프랑스월드컵에 준용될 32개국 64경기의 원칙을,참가국은 40개국 96경기로 늘리거나 FIFA가 32개국을고집할 경우 경기수만큼은 80으로 늘려 주도록 강력히 요구해 왔다. 일본은 당초 유치를 신청한 자국의 16개 도시로부터 유치기금이라는 명목으로 1개 시마다 2억3천5백만엔이라는 거액의후원금을 얻어 썼는데 이제 와 일부를 제외할 경우 뒷감당을 할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본은 그러나 이날 실무회의에서 32개국 64경기로 확정함에따라 단독개최 무산에 이어 또 다른 국내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나머지 방송센터.조직위 구성등 부차적 사안들은 누구의 이해득실을 따질 수 없을 정도로 골고루 배분됐다.
한.일 양국은 주요행사를 균등 배분함으로써 대회유치 이전부터지금까지 존재해 온 적대적 경쟁관계를 청산하고 21세기의 첫 월드컵을 내실 있게 준비하는 과제만 남겨 놓게 됐다.
취리히=고대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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