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함께>'만화연출'펴낸 안수철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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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만화도 연출한다.영화.드라마 연출은 귀에 익지만 만화 연출은어쩐지 생소하다.훌륭한 그림에 대사만 좋으면 됐지 만화에 무슨연출까지.하지만 「우리만화 발전을 위한 연대모임」의 자료실장 안수철(安秀哲.40.사진)씨는 만화에도 분명 연출이 중요하다고말한다.아니 지금까지 연출에 너무 둔감했다고 꼬집는다.
安씨가 펴낸 『만화연출』(글논그림밭刊)은 주로 만화작가.지망생을 대상으로 만화작법의 주의점을 방대하게 정리한 책.만화사.
작품론.작가론은 심심찮게 나왔으나 본격 예술장르로서의 연출론은이번이 처음이다.그런 만큼 전인미답의 길을 닦듯 지난 5년동안여기에만 매달렸다.
『그림과 글이 결합된 만화는 영화못지 않은 연출력이 요구됩니다.그림과 글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연출력이 떨어지면 독자의 눈길을 잡아둘 수 없어요.』 安씨가 뜻하는 만화연출은 캐릭터 설정.인물표정.면나누기.거리.각도.구도.조명.배경.말칸.장면처리.채색등을 종합적으로 아우르는 개념.국내 주요작가의 구체적인사례를 방대하게 들며 설득력있게 설명하고 있다.
점층법.반복법.잇기법.생략법.초점 변화법등을 해설하는 부분에선 문학이론서 혹은 영화연출법 이상의 전문성이 배어나온다.
『만화연출은 김치를 담그는 손맛과 같아요.집집마다 김치맛이 다르듯 연출력의 차이가 작품수준을 가늠하지요.똑같은 임꺽정을 그려도 고우영.방학기.이두호의 작품이 각기 다른 맛과 향기를 내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국내 작가들이 대부분 연출에무신경하다는 점.
『대본소 중심의 만화시장 특성상 작가들은 한달에 서너권 이상발표해야 합니다.그렇지 않으면 순식간에 도태돼요.도대체 정성이들어갈 틈이 없어요.단기 판매량에만 집착,흔히 만화적 재미라고일컬어지는 요소,즉 선정적.폭력적.말초적인 측면에만 눈을 돌리게 되지요.』 특히 安씨는 코앞에 닥친 내년 만화시장 개방을 크게 걱정하고 있다.일본만화에 완전히 백기를 든 동남아나 대만의 경우가 「강건너 불」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도 국제만화제를 성대히 유치하는등 만화의 부가가치에대한 인식이 날로 높아지고 있습니다.하지만 우리 내부사정은 열악해요.도제식 수업.공장형 제작.낙후된 유통구조 때문에 작가의창조성은 한참 뒤로 밀리지요.우리 고유의 색깔 ,개성있는 캐릭터가 쉽게 나오지 않는 것도 바로 이런 까닭입니다.』 安씨의 변함없는 지론은 예술로서의 만화.아동이나 청소년의 전유물이 아닌 모든 세대가 함께 향유하는 폭넓고 다양한 세계를 담은 작품을 고대한다.
성균관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출판사에 근무하다 이번 학기부터 의정부 경민전문대 만화예술과에 출강하고 있는 그는 만화이야기 쓰는 법도 단행본으로 엮을 구상이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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