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매케인 발목 잡는 페일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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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국 공화당의 부통령 후보인 세라 페일린이 각종 의혹과 말실수로 궁지에 몰렸다. 이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통령 후보에게 뒤지고 있는 존 매케인 공화당 대통령 후보의 대선 가도에 빨간 불이 켜졌다.

페일린은 알래스카 주지사 자격으로 참석한 행사에 초대받지 않은 자녀들을 동반하면서 그들의 항공료·호텔비 등을 공금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AP통신이 21일 보도했다. 게다가 기자들이 그에게 해명을 요구하자 페일린은 자녀들이 공무 수행을 위해 참석한 것처럼 문서를 수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페일린은 2006년 12월 주지사 취임 이후 세 딸의 항공요금 2만1012달러(약 2800만원)를 공금 처리했다. 세 딸의 편도 항공편 64차례, 왕복 12차례의 비용이다.

미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페일린이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올 8월 말 이후 옷과 액세서리 등을 사는 데 쓴 15만 달러 이상을 매케인 진영에서 지급하게 했다고 22일 보도했다. 그는 9월 초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고급 백화점에서 한 번에 7만5000달러 이상을 지출하기도 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선거자금을 개인적 용도로 쓰는 것이 적법한지 의문을 제기했다.

한편 페일린은 지난주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열린 모금행사에서 “이곳은 멋지고 작은 ‘진정한 미국’이며, 열심히 일하고 애국적인 사람들이 사는 친미 지역”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진영은 이에 대해 “다른 지역은 비애국적이라는 뜻이냐”고 비판했다. 페일린은 21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내 발언이 그런 의미로 받아들여졌다면 사과한다”고 말했다.

잇따른 의혹으로 페일린의 지지율은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백인 남성 공화당원 사이에서는 인기가 여전하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9일 보도했다. NYT는 “페일린이 부통령 후보 수락 연설에서 립스틱과 하키맘을 내세워 여성 유권자를 공략했음에도 남성에게 인기가 높다”고 전했다. 백인 노동자 남성들은 유세장에 대거 참석해 페일린을 열광적으로 응원한다. 전문가들은 “가족 등 보수적 도덕 가치를 앞세우는 페일린의 모습이 백인 남성 공화당원들을 사로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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