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급한 외국인 … 연일 ‘Bye Korea’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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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외국인의 매도 공세가 수그러들기는커녕 더 강해지고 있다. 외국인은 올 들어 22일까지 32조원 넘게 팔아치웠다. 이달 들어서 단 하루만 빼고 연일 팔자세를 지속해 4조원 가까운 물량을 시장에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외국인의 ‘셀 코리아’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를 받아줄 투자신탁 등 뚜렷한 매수 주체가 없는 탓에 시장은 불안정한 모습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국 증시는 ‘현금인출기’=외국인이 매도로 일관하는 이유는 당장 돈이 급해졌기 때문이다. 글로벌 신용위기로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면서 현금이 될 수 있을 만한 자산은 일단 팔고 본다. 특히 국내 증시는 환금성이 뛰어난 시장으로, 외국인들 사이에서는 ‘현금인출기(ATM)’로 통한다. 게다가 상반기까지만 해도 펀드 자금 유입을 실탄으로 투신권이 외국인들의 물량을 적극 받아내 증시 낙폭을 상대적으로 줄여줬다. 특히 최근엔 이달 말 청산을 앞둔 헤지펀드가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메리츠증권 심재엽 투자전략팀장은 “글로벌 대형 헤지펀드의 수익률이 크게 나빠져 헤지펀드가 청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최근 공격적 매도는 대형 헤지펀드의 주식 정리 물량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 좋은 평가에 환율까지=외국인들이 국내 증시를 보는 시각도 좋지 않다. 일단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다 보니 이머징 시장에서는 발을 빼고 있다.

UBS증권 안승원 전무는 “한국의 신용디폴트스와프(CDS) 스프레드는 이미 이머징 시장 평균을 넘어섰다”며 “외국인들이 그만큼 한국 시장을 안 좋게 보는 증거”라고 말했다. CDS스프레드가 높다는 것은 국가 부도 위험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도이체방크는 이날 코스피 목표치를 1020으로 낮춰 잡았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금융·경기관련주를 중심으로 실적 악화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골드먼삭스는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시장 비중’으로 낮췄다. 모건스탠리도 ‘시장 비중’에서 ‘비중 축소’로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하고, 적정 투자 비중을 MSCI이머징지수 대비 4.25%포인트 적게 편입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신흥시장 20개 국가 중 투자 매력도는 14위로 종전 12위에서 두 계단 낮아졌다.

치솟는 원-달러 환율도 외국인 매도세를 부추긴다. 동양종금증권 이재만 연구원은 “원화 가치의 하락폭이 다른 통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다”며 “환차손 우려로 인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이탈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매수 전환 기대 힘들어=HMC투자증권 이종우 센터장은 “당분간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외국인 지분율이 25% 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04년 말 42%에 달하던 외국인 지분율은 점차 낮아져 현재는 29.5%까지 내려온 상태다. 다만 글로벌 신용위기가 진정되고 환율이 안정되면 최소한 외국인의 매도 공세는 약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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