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잃은 명예퇴직자 드라마 2편 두 방송사 동시 방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최근 각 기업이 경제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편으로 실시하고있는 명예퇴직제도가 새로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명예퇴직자를 소재로 한 TV드라마 두 편이 나란히 선보여 주목된다. SBS 창사 6주년 특집 드라마 『가을 소나타』(극본 박찬성.연출 곽영범)와 KBS 월화미니시리즈 『아내가 있는 풍경』(극본 조연경.연출 신현수).
비슷한 시기에 함께 선보이는 두 드라마는 갑자기 일자리를 잃게 된 중년 남자의 고통과 가장의 퇴직으로 갈등과 고통을 겪는가족들의 얘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닮은 꼴이다.
14일 밤9시20분부터 3시간동안 방송되는 특집극 『가을…』의 주인공 나승후(노주현 분)는 명문대를 졸업한 엘리트로 회사중역의 자리까지 오르지만 황혼의 나이에 직장에서 반강제적으로 실직당한다.
18일부터 12부작으로 선보이는 『 아내가…』역시 명예퇴직이란,자신과는 거리가 먼 일로 여겨온 전자회사 마케팅 부장 장근호(이정길 분)가 퇴직당하는 내용을 그린다.두 드라마는 각기 주인공들이 퇴직당한 후 자신이 벌어다 준 돈으로 밥먹고 옷입던가족들이 자신에게 눈치를 보내는데 아픔을 느끼고 동업을 제의한친구로부터 뜻밖의 사기를 당하는등 소재는 물론 내용 전개에 있어서도 닮은 점이 많다.
그러나 두 드라마가 택한 종말은 매우 상반된다.『가을…』의 주인공은 사기를 당해 집을 날리는 위기에 몰리자 황혼의 절망과고통을 이기지 못해 자살을 택한다.비극적 결말을 통해 오히려 명예퇴직등 중년의 삶에 대해 본격적인 문제제기를 해보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아내가…』은 세상에서 무용지물이 됐다는 절망감으로 비틀거리는 남편을 지켜본 아내(김윤경 분)가 결국 그를 따뜻한 가슴으로 감싸안는 것으로 끝맺는다.명예퇴직으로 인한 한가정의 흔들림을 통해 아내의 역할과 가족의 소중함등을 강조하는쪽을 택했다.
『아내가…』의 작가 조연경씨는 『이 드라마를 쓰기 위해 신문과 잡지에 실린 명예퇴직 관련 자료를 수집하며 연구했다』며 『명예퇴직을 통해 사회문제와 가족문제를 동시에 짚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두 드라마가 회사와 개인의 관계,중년의 위기,가족의문제등을 얼마나 중량감있고 밀도있게 그려낼지 주목된다.
이은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