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림의 문화’ 추구하는 와인 … 음식 나눠먹는 한국과 잘 맞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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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메독와인은 프랑스 보르도 와인의 대명사다. 귀한 손님을 접대하거나 소중한 만남의 장소에서 단골로 등장한다. 보르도의 최고급 와인(PREMIERS CRUS Classe·프르미에 크뤼 클라세)으로 평가받는 5개의 샤토 와인 중 ▶샤토 라피트 로실드 ▶샤토 라투르 ▶샤토 마르고 ▶샤토 무통 로실드 등 4개가 메독 지역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이곳 와인은 한국과 인연이 깊다. 1977년 국내 브랜드로 탄생한 마주앙의 원액이 이곳에서 공수됐다. 2006년부터 메독와인협회장을 맡고 있는 필립 당브린(사진)이 98종의 이 지역 와인을 들고 홍보차 방한했다. 그는 “와인의 최고 가치는 어울림의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독와인의 수입량이 매년 20% 넘게 늘고 있는데.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가 한국의 전통·음식과 맞는 것 같다. 한국인들은 여럿이 모여 앉아 삼겹살·갈비를 구우며 이야기하는 걸 즐긴다. 메독와인은 이런 귀중한 만남을 위한 최고의 보조재다.”

-와인문화에도 수준이 있다면 한국은.

“상표를 보고 와인을 고르는 단계를 넘어섰다. 3만원대에서 수십만원대까지의 와인이 고르게 팔린다. 각자가 자기 취향과 경제수준에 맞추고 있다는 증거다.”

-세계 경기가 안 좋은데 수출은.

“와인을 오래 마신 사람일수록 메독와인을 찾는다. 영화배우로 치자면 오드리 헵번이라고나 할까. 접할수록 섬세함이 묻어 나온다. 수요가 꾸준할 수밖에 없다.”

-메독와인을 제대로 즐기려면.

“형식에 구애받지 않아야 한다. 친구들과 자유롭게 맛과 향의 특징을 이야기하며 음미하면 좋겠다. 특히 카베르네 소비뇽의 특징에 집중해 보길 권한다. 다른 품종과 블랜딩하지만 메독와인의 깊이는 카베르네 소비뇽을 기반으로 한다.”

-2008년산 와인을 기대해도 좋나.

“기후·토양·포도나무·사람 네 요소가 결합돼야 좋은 와인이 탄생한다. 식물의 주기로 봤을 때는 상황이 좋지 않았지만 지난달 북동쪽(러시아)에서 오는 바람 덕분에 타닌과 향이 풍부한 포도가 완성됐다. 8자로 끝나는 해에 좋은 와인이 많은데, 그 명성을 해치지 않을 것이다. 3년 후에 만날 수 있다.”

-미국·호주·칠레 등 신대륙 와인의 도전이 매서운데.

“신세계 와인은 대체로 알코올이 풍부하고 당분이 높은 것도 있다. 와인을 모르는 사람들이 처음 접하기에 거부감이 없다. 이 때문에 와인에 입문하는 사람이 늘어난다. 한데 시간이 지나면 음식과 궁합을 중시하는 구대륙 와인을 찾게 된다 ”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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