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프랑스인의 反글로벌리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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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국사람들은 지금 프랑스사람들의 폐쇄적 민족감정의 강물이 어느 바다에 들어갈지 그 귀추를 눈여겨 살피고 있다.프랑스 국영기업인 톰슨그룹의 민영화 매각이 그 발단이다.그 과정에서 한국의 대우그룹이 톰슨그룹의 전자부문 자회사인 톰슨 멀티미디어사를인수하게 된 것이다.
지금 프랑스에서는 사회주의자.노동조합 등 좌파세력과 야당인 사회당이 결속해 대우에의 톰슨 멀티미디어매각을 철회하도록 프랑스정부에 강력히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특히 톰슨의 노동조합은 민영화계획 자체의 취소를 요구하고 있고 톰 슨 멀티미디어의 종업원들은 노골적으로 반한(反韓)과 반외국인 표현을 동원한 신문광고를 통해 대우에의 매각을 비난하고 나섰다.
프랑스정부는 톰슨그룹을 전체적으로는 프랑스의 방위산업 거대기업인 라가르데르그룹에 매각할 것을 최종 결정기관인 민영화위원회에 추천했다.라가르데르는 방산 부문인 톰슨 CSF만 갖기로 하고 전자부문은 대우에 따로 매각하는 조건으로 프랑 스정부의 매각교섭에 응했다.이번 매각에서 라가르데르와 경쟁했다가 탈락된 알카텔 알스톰그룹은 자기네들이라면 톰슨 멀티미디어를 외국기업에넘기지 않고 자기네와 50대50 합작기업으로 유지했을 것이라고나섰다. 한 여론조사는 프랑스국민의 70%가 이번 매각조건에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그러나 실은 매각조건 자체보다도 외국인이,특히 어제까지 개도국이던 한국의 기업이 프랑스의 대표적 가전(家電)회사를 인수하게 된데 대한 프랑스인들의 민족주의적 자존심이 그 밑바닥에 깔려 있다.이 감정의 강물이 불어나면서 라가르데르그룹의 주식값은 6.9% 하락했다.프랑스정부가 추천을 철회할지도 모른다는 주식투자자들의 염려를 반영한 것이다.
한국인들은 파리 주식시장 투자자들 이상의 염려스러운 눈으로 프랑스 「좌파 국수주의자」의 행동과 프랑스정부의 태도를 주시하고 있다.이 일이 잘못 나가면 한국에서도 반(反)프랑스감정이 불붙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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