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난’ 광주시 유휴자금 관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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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광주시는 2004년 8월 말 도시철도사업 특별회계에서 3개월짜리 정기예금 43억원을 만기 이틀 전에 해지했다. 전 날에는 정기예금 2억원을 만기 하루 전에 해지하기도 했다. 이 두 개의 정기예금 만기이자는 4387만원이었으나 중도 해지로 542만원 밖에 받지 못했다.

도시철도건설본부 관계자는 “당시 국비교부가 상반기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지연되면서 대형 공사비 지급 등을 미룰 수 없어 불가피하게 정기예금을 해지했다”고 말했다.

광주시가 이처럼 유휴자금을 허술하게 운용해 이자 손실이 큰 것으로 지적됐다.

21일 광주시에 따르면 2003~2007년 5년간 유휴자금 운용과정에서 795건(총 1조427억원)의 정기예금을 중도해지했다.

이들 정기예금의 만기이자는 102억원에 이르지만 중도해지로 인해 실제 이자는 3억원만 생겼다. 중도해지된 795건 중 절반 가량인 395건이 정기예금 이자 발생일인 15일 경과 전에 해지해 한 푼의 이자수익도 올리지 못했다.

손재홍 광주시의회 의원은 “유휴자금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통에 100억원에 가까운 이자수익을 얻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말했다.

2005년 1월 24일엔 일반회계관리에서 29억7000만원의 정기예금을 만기일 12일 전에 해지하고, 같은 날 28억 원을 정기예금으로 맡겼다. 일주일 후인 같은 달 31일에도 10억원의 정기예금을 해지하고, 같은 날 다시 45억원의 정기예금을 들기도 했다.

시는 월별 자금수급계획에 따라 보통예금, 만기 도래한 정기예금으로 충당하고 부족 시 예치기간이 짧은 순으로 정기예금을 해지해 쓰고 있다. 유휴자금 관리지침에는 매일 현금 수입금과 지출금을 분석해 가급적 기존 예금을 해지하지 않고 당일 수입금 위주로 지출하고, 매 분기별 확인 점검과 평가를 하도록 명시돼 있다.

불가피한 지출 사유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일시 차입금 제도도 두고 있다. 시 금고인 광주은행서 일시 차입금으로 올해 762억원까지 쓸 수 있다.

광주시 측은 2000년부터 이자수입을 높이기 위해 보통예금의 잔고를 기존 5억원에서 1억원 이하로 유지하고, 나머지는 모두 정기예금으로 유치하면서 자금유동성이 떨어져 빚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또 국비 교부일 등 자금 수급상황에 대한 정확한 예측이 어렵고 민원인의 편의를 위해 대가 청구에 대한 ‘당일 지출제’를 실시하고 있는 것도 중도해지 빈도를 높였다. 일시차입금은 이자가 정기예금보다 높아 실익이 없다는 주장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중도 해지한 정기예금을 애초 보통예금으로 맡겼다면 5억원의 이자가 발생해 굳이 따지자면 2억원정도 손실을 본 셈이다”고 주장했다.

시는 대기성 유휴자금 관리 전반에 대한 자체 감사에 나서 문제점을 보완하기로 했다. 광주은행과 협의를 거쳐 내년부터 하루만 예치해도 이자가 발생하는 수시입출금제도(MMDA)를 도입할 계획이다.

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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