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촌’으로 변한 고시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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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살인’의 희생자 이월자(50·여)씨는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출신이다. 2년 전 입국해 식당일을 하고 있었다. 그는 며칠 전 여동생에게 ‘생전 처음으로 값나가는 옷을 샀다’고 자랑했다고 한다.

같은 조선족 동포의 죽음을 지켜봤다는 석모(38·여)씨는 “나는 밤에 주방에서 일하고, 남편은 건설현장에서 먹고 잔다. 이 고시원에도 많은 조선족 동포가 산다”고 전했다.

숨진 김양선(49·여)씨는 주식 투자를 하다 파산해 지방에서 올라와 고시원에서 살았다고 한다. 서너 평밖에 안 되는 방엔 주식 거래를 위한 컴퓨터 모니터가 3개나 있었다.

주점 주방에서 일하는 박모(50·여)씨는 2003년부터 이 고시원에서 살았다. 부산에서 사업을 하다 파산해 서울로 올라왔다. 그는 저녁 늦게 나가 새벽 4~5시까지 일한다. 박씨는 “4~5년 전만 해도 학생이 많아 ‘고시원’ 같았다. 그러나 1~2년 전부터는 조선족 등이 급격히 늘었다. 지금은 절반이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시원 인근 K직업소개소 전모 소장은 “직업소개소를 찾는 사람 중 많은 사람이 고시원에 살고 있다. 조선족 동포들이 참 많다. 대부분 일용직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유흥가·상가-직업소개소-고시원’이 연결돼 커다란 ‘쪽방촌’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고시원의 월세는 20만~40만원 선이다. 보증금은 없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가 7~9월까지 시내 3451곳의 고시원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고시원 이용자 10만8428명의 57.3%(6만2078명)가 고시생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회사원이 24.1%, 무직 20.5%, 단순노무직이 12.7%였다.

◆사망자 명단=▶김양선(49·여) ▶서진(21·여) ▶민대자(51·여) ▶박정숙(52·여·중국동포) ▶이월자(50·여·중국동포) ▶조영자(53·여·중국동포)

강인식·정선언·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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