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代회장 '守成조율' 실패-삼익악기 왜 무너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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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중국.인도네시아등 해외에 진출하는등 세계 3대 피아노수출업체로 부상할만큼 성장가도를 달려왔던 삼익악기가 추락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90년대 들어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사업다각화에 따른 경영부진이 그 첫번째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93년 창업자인 이효익(李孝益)씨의 사망으로 경영권이 2세로넘어가면서 의욕적으로 계열사 확충에 나서 악기부품제조회사인 삼익인도네시아,피아노부품 제조회사인 삼송공업,판매회사인 한미악기등 모두 12개 회사를 거느리게 됐다.
이들 회사중 악기와 관련있는 4개사는 지난해 모두 이익을 냈으나 가구제조.자동차주차 분야등 다른 대부분 계열사는 큰 적자를 냈다는 것.
특히 1백% 출자 가구업체인 에스아이 가구는 지난해 자본금(66억원)보다 더 많은 71억7천9백만원의 당기손실을 냈다.
올해 38세인 이석재(李碩宰)회장의 패기와 의욕이 경영실적으로 연결되지 못한 것이다.
두번째 이유로는 이러한 과정에서 복합적으로 야기된 취약한 재무구조를 꼽을 수 있다.부실한 계열사들의 금융부담이 컸다는 얘기다. 삼익악기는 96년6월 현재 부채총액이 3천6백25억원으로 자본잠식등으로 인한 부채비율이 무려 3천6백%를 넘을 정도다.이는 이 회사의 올 예상매출액 2천4백억원보다 훨씬 많은 수준이다.
삼익악기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인천시간석동 부지및 종로 직매장을 매각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여기에다 최근 경기침체로 주력상품인 업라이트 피아노와 전자악기류의 내수판매및 수출이 급감해 매출이 준 것도 경영악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또 업계 일부에서는 창업자인 이효익 전회장의 사망이후 이석재회장과 이복동생 이석진(李碩眞)씨의 재산문제를 둘러싼 마찰도 원활한 회사경영의 장애요인으로 꼽고 있다.삼익은58년 직원 6명으로 출발해 80년대 후반 악기수출 1억달러를돌파하는등 한때 세계적 악기업체로 부상했다.현재 하청업체가 4백여개에 이르고 있어 연쇄파동여부 가 주목된다.이 회사 한 관계자는 23일 『법정관리 신청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경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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