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티모르 자원 개발에 한국 협력 기대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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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호주는 이미 광구 ‘베이운단’을 가졌다. 그런데도 광구 ‘그레이터 선라이즈’까지 차지하겠다는 건 강대국으로서 창피한 일이다. 우리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14일 동티모르 정부청사에서 만난 구스마오(62·사진) 총리는 지하자원을 둘러싼 갈등에 관한 얘기가 나오자 표정이 굳어졌다.

세계의 막둥이 국가, 1인당 국내총생산(GDP) 440달러의 아시아 최빈국인 동티모르지만 자원 매장량은 세계 20위권이다. 문제는 묻혀있는 자원을 개발할 기술이 없다는 것이다. 자체 생산품이라고는 산에서 야생으로 자라는 커피가 유일하다. 물도 기름도 쌀도 전량을 수입하고 있다. 그래서 해저광구 ‘그레이터 선라이즈’와 동티모르를 연결해야 하는 것은 그에게는 절박한 과제다. 액화천연가스(LNG) 공장 등 기반시설을 갖출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에게 자원은 독립을 위해 함께 싸운 동지와 후손들을 위한 것일 뿐, 그 자신을 위한 것은 아니다. “나는 아프리카 일부 자원 부국와 같은 ‘황금 궁전(Golden Palace)’가 필요 없다. 자원에서 나오는 수익금 전액은 자원펀드로 들어가며 현재까지 37억 달러가 모였다.”

그의 검소한 생활은 총리가 된 뒤에도 여전하다. 남편을 잃은 옛 전우의 부인이 파는 1달러짜리 도시락이 그의 점심 메뉴다. 토·일요일에도 자정까지 일하는 그에게 취미생활은 먼 나라 얘기다. 1999년 재혼한 20살 연하의 호주 기자 출신 크리스티와 사이에 어린 세 아들이 있지만 같이 놀아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2002년 독립 후에도 정치적 혼란이 계속되던 동티모르는 구스마오가 집권한 지난해부터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 2002년 동티모르의 상징적 대표인 대통령에 선출된 구스마오는 지난해 총선에서 연합정당을 구성해 실권을 가진 총리가 됐다.

독립투쟁 당시 “독립된 조국에서는 정치를 하지 않는다. 사진작가가 되겠다”고 했던 그다. “맞다. 나는 그때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래서 2000년 군대를 떠났고 내가 이끌던 당도 해산했다. 하지만 당시 유엔 과도정부는 내게 대통령 출마를 강력하게 권유했다.”

하지만 그 후 동티모르 정국은 매우 혼란스러웠다. 동서 지역 갈등이 내전을 불러 10만 명 이상의 난민이 생기고, 수만 명이 살해되는 참극을 낳았다. “전 정부는 잘못된 결정을 계속했고, 혼란이 가라앉지 않았다. 24년간 독립을 위해 싸웠던 동지들의 요구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정당을 만들어 정치적 권력을 장악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었다. 다른 선택은 없었다.”

그는 지난 1년간 사법체계를 강화하고, 식량을 자급자족 할 수 있는 농업 기반을 다지고, 9년 무상 의무교육제를 도입했다. 그의 단기 목표는 독립투쟁에 헌신한 이들을 위한 연금제와 보조금제를 확립하는 것이다. 도로·항공·전력 등 사회기반시설을 만드는 것이 중기 목표다.

그에게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교훈’이다. 어려움을 이겨내고 발전한 한국의 예에서 교훈과 힘을 얻는다고 했다. 기반시설이 크게 부족한 동티모르로서는 외국인 투자가 절실하다. 한국과 14일 맺은 자원협력 MOU를 통해 기술 전수도 기대하고 있다. 경제특별 보좌관으로 활동하는 한국인 계두원 옵티머스 회장이 옛 동지들을 위한 구스마오 재단을 도와주는 것도 고맙다고 했다.

딜리(동티모르)=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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