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하 기자의 주주클럽] 이 와중에 홀로 뜬 주식, 피하는 게 상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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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이 종목, 진짜 뭐 좀 있는 거 같지 않아?”

요즘 주변 사람들에게 가끔 받는 질문이다. 주가 단기 흐름은 귀신도 못 맞힌다고 해도 막무가내다. 주로 묻는 종목은 최근 급락장에서 나 홀로 치고 올라가는 것들이다. 다른 선수는 다 자빠지는데 혼자 장대높이뛰기를 하는 걸 보니 유망주가 아니냐는 거다.

주식시장이 ‘공포특급’이 된 건 지난달 중순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넘어지면서부터다. 한 달여 만에 코스피지수는 20%, 코스닥은 25% 빠졌다. 이 와중에 10% 이상 오른 종목은 거래소·코스닥 합쳐 딱 50개다. 수가 제법 된다 싶지만 하나씩 뜯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우선 적게는 몇 배에서 많게는 몇 십 배까지 오른 것처럼 보이는 종목은 죄다 감자(減資) 착시효과다. 감자는 말 그대로 자본금을 줄이는 거다. 손실이 쌓여 자본을 많이 까먹은 상장회사는 증시에서 쫓겨난다. 이를 막으려면 손실을 자본금으로 털어내고 자본금을 줄이는 감자를 할 수밖에 없다.

외부 자금을 새로 수혈받을 때도 감자를 활용한다. 감자를 하면 주식 여러 주가 한 주로 합쳐지기 때문에 주당 가격은 올라간다. 이 때문에 주가만 보면 마치 시장이 죽 쑬 때 혼자만 껑충 뛴 것 같은 착시효과가 생긴다. 최근 주가가 급등한 종목 50개 중 6개가 이런 부류다.

거래량이 적은 우선주도 5개나 포함돼 있다. 몇 주만 움직여도 주가가 확확 바뀌기 때문에 기업의 실제 가치와 따로 노는 경우가 많다. 아예 거래는 단 한 주도 없이 부르는 값만 올라간 종목도 있다. 감자와 우선주만 빼더라도 전체의 20%가 넘는 11개 종목이 일단 ‘유망주’에서 제외된다.

50개 종목 가운데 절반이 훨씬 넘는 29개는 올 상반기 영업에서 적자를 낸 회사다. 대부분 코스닥 기업이다. 물론 지금은 적자라도 머지않아 흑자로 돌아설 전망이 보인다면 주가가 뛸 이유가 된다.

하지만 세계경기 침체로 내로라하는 초일류 기업도 떨고 있는 마당에 이들 회사 실적이 앞으로 얼마나 빨리 좋아질지는 의문이다. 더구나 17개 회사는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적자를 냈다.

하락장의 투자자는 잃은 돈이 아른거리게 마련이다. 빨리 만회하겠다는 욕심이 생기면 자연히 신기술 개발, 우회상장 같은 ‘재료’가 있는 종목에 눈길이 가게 된다. 하지만 그러다 한 번 된통 걸리면 이번엔 진짜 쪽박 차기 딱 좋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효원 연구위원은 “크게 내세울 것 없는 주식이 어느 날 급등한다면 피하는 게 상책”이라며 “지금은 싸게 살 수 있는 우량주도 얼마든지 널려 있다”고 말했다. 주식 시세표의 급등 종목이 눈길을 끌어당길 때 한 번쯤 떠올려 볼 얘기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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