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매력탐구>개그맨 이홍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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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그는 「웃음의 오르가슴」을 즐긴다.어느새 20년이 넘어버린 무대 경력.그는 어디를 찌르면 웃음이 나오는지 안다.개그맨 이홍렬(42).
자신의 말 한마디에 박장대소하는 관객들을 볼 때 온 몸에 흐르는 짜릿한 전류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희열이요,삶의 보람이다.
『무대에서는 칼질을 잘해야 해요.』 칼질? 『언제,어디서,어떻게 말을 하고 잘라야 할지 타이밍을 맞추는 거죠.사실 칼질이마음에 드는 날은 그리 많지 않아요.』 그는 대본을 달달 외지는 않는다.웃음이 흘러가는 방향만 잘 보고 있다 순간 순간 그물꼬를 터뜨린다.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보고 순발력이 좋다고 말한다.본인도 『진행하다보면 무슨 말을 하게 될지 나도 모른다』고 털어놓는다.
하지만 그것이 단순한 순발력이 아니라 치밀한 계산과 기다림의산물이라는 것을 알만한 사람은 안다.
『되씹는 스타일이에요.「아까 그말은 조금 나중에 했어야 했는데,그때는 이런 표현을 썼으면 더 나았을텐데」하고 후회를 많이하죠.다른 사람들은 지난 일에 뭐 그리 신경쓰느냐고 얘기하지만그런 상황은 반드시 다시 오거든요.그럴 때 미 리 생각해두었던말을 쓰면 그야말로(폭소가)터져버리는 거죠.』 기발한 유머와 재기발랄함으로 그는 고교시절 이미 명사축에 속했다.그의 일화 한토막. 응원단장 이홍렬은 운동회 전날 머리를 밀었다.그것도 가운데만 남기고 귀 주위만 빡빡 깎은 인디언 스타일로.그리고는다친 척 머리를 붕대로 감쌌다.
운동회날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단상에 선 이홍렬은 붕대를 둘둘 풀어내리며 응원을 시작했고 운동장은 순식간에 웃음바다가 됐다. 『젊었을 때는 빨리 웃겨야 한다는 조급함이 앞섰죠.그래서 얻은 별명도 촉새고요.그런데 그게 아니란 생각이 들었어요.
관객속으로 들어가 관객의 입장이 돼야 진짜 웃길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거죠.』 웃음의 본질을 찾기 위해 황기순과 입시공부를,주병진과 체력장 준비를 함께 하며 서른셋의 나이에 들어간 대학(중앙대 연영과).졸업후 홀연히 건너갔던 일본.이국땅을외로이 걸으며 그는 「자연스런 웃음」이 뭔가를 퍼뜩 깨달았다.
웃음이란 서로가 서로에게 마음을 여는 것이다! 이런 자연스러움은 귀국후 『일요일 일요일밤에』부터 현재 맡고 있는 『이홍렬쇼』에 이르기까지 그의 무대를 관통하는 굵직한 줄기다.
일본에서 돌아온 뒤로는 방송 하나에 집중해도 시간이 모자란다는 생각에 밤무대 출연은 딱 끊어버렸다.얼마전 과로로 쓰러진뒤『이홍렬쇼』외에 다른 프로그램은 모두 포기했다.개그맨이 사회를보는 토크쇼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요즘 선발주 자의 부담감은 새로운 스트레스다.
그래도 그 부담감은 컴퓨터통신에 꾸준히 오르는 팬들의 편지를읽다보면 어느새 사라진다.그래서 가능한 대화방에 들어가 대화도나누고 답장도 해준다.그러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도 떠오른다고말한다.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연극무대에 서보고 싶습니다.기왕 배운 일본어도 자꾸 활용하는 계기를 만들고 싶고요.「참참참」코너에서 실습해온 요리를 모아 책으로 만들고 있어요.연말에는 동료 연예인들과 함께 맹인 인도견을 사주는 이벤트를 하나 할 생각입니다.또… .』 30년정도 지난 뒤 백발을 머리에 얹고도 여전히 웃음을 선사하는 이홍렬의 모습을 연상하는 일은 그래서 크게 어렵지 않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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