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PX보다 싼값에 상품 공급안돼-계약어긴 납품社 차액환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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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국내에서 물건값이 가장 싼 곳은 어디일까.최근들어 여러가지 형태의 대형 할인점이 등장하면서 가격파괴라는 이름을 내걸고 물건 값을 경쟁적으로 내려 팔고 있으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국내 최고의 염가 판매점은 바로 육군복지단이 운영하는 군대영내매점(PX)이다.
PX는 군인 가족에게 생필품을 저렴하게 공급함으로써 군의 복지를 향상시키는 역할을 맡고 있다.이를 위해 군 경리단은 납품업체에 대해 시중 어디보다 저렴한 값으로 물건을 공급하고 이를어길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는 강제규정(「위탁 물품계약서」16조1항)을 마련했다.또 납품업체는 65만명의 대군(大軍)과 그 가족으로 이뤄지는 엄청난 규모의 구매력때문에 이를 불문율로받아들여왔다.
그런데 최근들어 이같은 불문율이 깨지고 PX보다 물건을 싸게파는 대형 할인점이 등장했다.이에 놀란 군 경리단은 PX보다 싼값으로 할인점에 물건을 납품한 업체들을 일제히 조사해 차액을모조리 환수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문제의 진원지는 경인지역에 주둔하는 육군 사단 영외PX가 있는 인천부평지역.지난 1월 대형할인점 한국마크로가 개점하면서 비롯됐다.군인가족들이 이곳에서 파는 일부 품목 가격이 PX보다싸다고 문제제기를 하고 나선 것이다.
결국 육군복지단(PX관리부대)이 지난 6월 수도권지역 할인점을 대상으로 조사에 나섰고 세제.음료.주류.우유.식품.잡화등 생필품 관련 10여개 업종 30여개 업체가 PX보다 한국마크로에 물건을 싸게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냈다.
육군복지단은 이같은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1~7월 7개월간 PX내 총판매금액중 할인점과의 차액에 상당하는 금액을 해당 업체로부터 환수했다.업체별 환수금액은 업종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최고 수천만원으로 총환수금액은 수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관련,업계 관계자는 『PX는 물건을 납품한 다음달말 기준으로 현금결제해주는 반면 한국마크로는 15일마다 한달에 두차례현금으로 결제해주고 있다』면서 『결제조건의 유리한 부분만큼 물건 값을 싸게 해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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