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신세대 義人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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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신이상자가 지하철을 기다리던 여인을 떼밀어 떨어뜨렸다.여인은 선로로 떨어져 의식을 잃었다.그때 열차가 들어오고 있음을 알리는 벨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이 순간 한 시민이 뛰어내려 여인을 선로밖으로 끌어냈고 열차는 바로 그 직후에 도착했다.여인을 구한 주인공은 20대 신세대였다.
의로운 행동을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의로운 일을 보고 칭찬하기도 쉬운 일이지만 그것을 실천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대개 의로운 행동에는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막상 행동에는 나서지못하는 것이 보통이다.17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역삼역에서 있었던 이번 일만 해도 하마터면 구하러 뛰어내렸던 청년도 목숨을잃을뻔 했던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기성세대들은 흔히 신세대가 이기적이고 영악스럽다고 하지만 그것도 사람나름이다.이번 일의 주인공은 평소부터 착한 심성과 올바른 생활자세를 지닌 청년이었으리라 믿어진다.물론 그가 어떤 보상을 바라고 의로운 행동을 한 것은 아니겠으나 사회로선 그 의로운 행동에 보답할 의무가 있다.표창도 있어야 하겠고,이 젊은이의 앞날도 밝게 열렸으면 좋겠다.
우리 사회는 의로운 행동을 평가해주고 보답하는데 너무 인색하고 소홀하다.현행 의사상자보호법 규정으로는 의로운 행동을 하다목숨을 잃어도 보상액이 기껏 3천만원정도밖에 안돼 인상 계획이추진됐으나 예산당국이 가차없이 삭감해버려 말썽 이 인바 있다.
공동체나 남을 위해 일하고 때로는 손해도 볼줄 아는 사회분위기를 만들려면 의인(義人)을 제대로 대접할줄부터 알아야 할 것이다. 한편 이번 사고는 우리 지하철이 구조적으로 위험하게 돼 있음을 일깨워줬다.싱가포르의 지하철처럼 플랫폼과 열차사이에 유리 칸막이가 설치돼 있다면 떨어지는 사고도 막을 수 있고 열차가 들어올 때 나쁜 공기가 역에 밀려드는 것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새 노선건설때 검토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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