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TV토론 3전 전승 … 이변 없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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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5일 오후 10시30분(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헴스테드의 호프스트라 대학 토론장. 사회자 밥 시퍼가 90분간의 토론 종료를 선언하자 오바마와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는 홀가분한 표정으로 악수를 나눴다. 표정은 매케인이 훨씬 밝았다. 앞으로 다음달 4일 선거일까지 5000만 명 이상의 유권자가 후보 간 공방을 지켜보는 일은 더 이상 없다.

미 선거 전문가들은 대체로 매케인이 지난 두 번보다는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매케인은 금융위기 해법과 에너지 활용 문제, 네거티브 선거 캠페인 책임 문제에서 오바마를 아프게 공격했다. 그러나 오바마 역시 시종일관 차분하게 효과적으로 방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매케인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토론 직후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는 오바마의 승리로 나타났다. CNN 조사는 응답자의 58%가 오바마가 토론전에서 승리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매케인이 이겼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31%에 불과했다. 이들은 매케인이 훨씬 공격적(80%)이었으나 자신의 비전을 잘 전달한 사람은 오바마(66%)였다고 답했다. 매케인이 주장한 오바마와 전 테러리스트 윌리엄 에이어스의 유착 의혹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62%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봤다.

과거 대선에서 투표일이 가까워질수록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민주당원들이 토론 시청을 더 많이 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오바마를 지지하고 있는 점 ▶중립적인 응답자들도 57:31로 오바마의 손을 들어준 점 등을 감안하면 이기는 후보에게 표가 쏠리는 ‘밴드왜건’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TV 토론이 대세를 뒤집을 만한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끝남에 따라 오바마의 승리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평이다. 미 인터넷 정치전문 웹사이트인 리얼클리어폴리틱스(realclearpolitics.com)에 따르면 15일 현재 오바마가 49.8%의 지지율로 매케인(42.5%)을 7.3%포인트 앞서고 있다. 최근 1주일간의 모든 여론조사 결과를 평균한 수치다. 파괴력을 예측하기 힘든 인종 문제가 남아 있지만 매케인 측에겐 시간이 부족하다. 1984년 이후 10월의 여론조사에서 앞섰던 후보가 선거에서 패배한 적은 한번도 없다. 매케인 측 관계자는 “선거자금 부족, 경제 상황 악화, 부시 대통령의 인기 추락 등 3중고를 겪고 있지만 남은 기간 역전의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에서 두 후보는 남은 10여 일 동안의 선거 전략을 엿볼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매케인은 “나는 대통령 부시가 아니다. 새 방향으로 간다”고 말했다. 또 “오바마가 보호무역주의자이며, 세금을 올릴 것임을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부시와의 차별화와 함께 오바마에 대한 집요한 증세 공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는 직설적으로 “남은 기간 동안 금융위기 해법 찾기에 집중하자. 미국인들은 다른 걸 신경 쓸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끝까지 자신에게 유리한 경제 이슈에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헴스테드(뉴욕주)=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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