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빅 브라더’ 반발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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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영국 정부가 ‘빅 브라더’ 논란에 휩싸였다. 테러·범죄 예방을 위해 자국 내에서 오가는 모든 통신 관련 정보를 수집·보관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빅 브라더’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서 모든 시민을 감시하는 독재자의 이름이다.

데일리메일 등 영국 신문들은 재키 스미스 내무장관이 “잔악한 테러를 막기 위해선 최신 통신 정보의 확보가 꼭 필요하다”며 “정보 수집 기능 확대 관련 심의를 내년에 시작하겠다”고 밝혔다고 16일 보도했다. 영국 정부의 계획은 모든 사람의 전화·인터넷·e-메일 통신 기록을 수집·보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하면 누가, 언제, 누구에게 전화를 걸고, 문자 메시지·e-메일을 보냈는지, 또 어떤 웹사이트에 접속했는지를 낱낱이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영국의 인터넷·휴대전화 업체들은 현재도 고객들의 서비스 이용 정보를 1년간 보관하고 있다. 경찰 등 650여 개 공공기관들은 필요 시 이 정보를 열람할 권한을 갖고 있다. 지난해는 5만여 건의 정보 제공이 이뤄졌다. 하지만 정보 보관은 ‘자발적 동의’를 전제로 하고 있다. 영국 정부의 계획은 이를 법률로 강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업체들에 각각 정보를 보관하도록 하는 대신 정부가 직접 거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관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야당·시민단체는 물론 집권 노동당 의원들까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모든 사람을 잠재적인 범죄자 취급한다”는 것이다. ‘스탈린주의자’ ‘빅 브라더식 발상’이란 비판도 빗발쳤다. 스미스 장관은 “e-메일·통화 기록을 보관할 뿐 내용을 저장하겠다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지만 논란은 계속 확산되고 있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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