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도마 위에 오른 '인천타이거항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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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가 싱가포르 국적 항공사인 타이거항공과 제휴를 맺고 국내에 저가항공사를 설립하려는 계획을 진행중인 가운데 기존 항공사들이 이에 반발, 국정감사에서까지 논란이 일고있다.

인천시는 타이거항공과 지분 협력을 맺고 ‘인천타이거항공’을 올해 말쯤 띄울 계획이었다. 그러나 ‘인천타이거항공’은 싱가포르 항공사가 국내 및 한중일 항공 시장에 무임승차하려는 것과 다름없다는 업계의 반발이 들끓자 취항 준비를 잠정 보류한 상태다.

16일 인천시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도 '국부유출' 지적이 나오는 등 잡음이 그치지 않고 있다.

◇국감 도마 위에 오른 ‘인천타이거항공’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인천시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인천타이거항공’이 도마에 올랐다. 김태원(한나라당) 의원은 “항공산업은 국가 전략산업인데, 외국인 투자유치도 중요하지만 어떤 분야인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특히 “인천시는 국부 유출 가능성에 대한 우려와 국가 전략산업인 항공산업의 특수성을 감안해 수익성도 불분명한 저가 항공사 설립에 대해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기정(민주당) 의원도 “제주항공과 한성항공 등 국내 저가항공사들이 현재 적자를 내고 있는데, 인천시가 설립할 예정인 저가항공사가 경쟁력이 있는가”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저가항공사가 적자가 날 경우 51%를 투자하는 인천시가 그만큼 책임을 지게 되고, 이는 시민의 부담이 될 것인 만큼 보다 많은 의견을 수렴해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항공업계, 인천타이거항공 일제 반대

국내 항공사들은 ‘인천타이거항공’은 싱가포르 자본의 국내 시장 침탈과 다름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타이거항공은 싱가포르항공 및 싱가포르 정부(국부펀드 테마섹)가 대주주이며, 싱가포르항공도 싱가포르 정부가 대주주로서 양사 모두 싱가포르 정부 소유이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싱가포르 항공사는 자국 영토가 협소해 시장이 없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싱가포르 정부의 지원을 배경으로 각국의 민간기업인 항공사를 공략해 해외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면서 “‘인천타이거항공’도 항공 부문에 전문 지식이 없는 인천시를 이용해 한중일 항공시장 개방에 대비해 한국에 침투하려는 타이거항공의 속셈에 이용 당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천타이거항공’이 한중일 정부간 맺은 항공자유화에 무임승차해 결국 외교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 정부는 중국과 2010년부터 항공자유화를 시행키로 하였으며, 한~일 노선은 도쿄를 제외한 전 노선에서 시행될 예정이다.
항공자유화는 협정국 상호간에 취항 항공사 숫자 및 노선 수 무제한 허용하고 운항회수 및 좌석 공급 규모도 무제한 허용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한다.

항공 업계 관계자는 “타이거항공이 ‘인천타이거항공’을 설립하는 이유도 한중일 3국간의 항공자유화 협정을 노린 것으로 한국을 기점으로 전세계 25%의 인구가 밀집된 중국, 일본 시장에 침투하려는 의도가 강하다”고 지적했다.

저가항공사들은 막강한 자본력을 갖춘 ‘인천타이거항공’으로 인해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에어부산, 영남에어, 제주항공, 진에어 등 저가 항공사들은 지난 8월 25일 국토해양부에 ‘인천타이거항공’의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불허해줄 것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공동을 제출한 바 있다.

저가 항공사 한 관계자는 “싱가포르 정부 자본의 지원을 받는 타이거항공과 경쟁은 민간기업 대 싱가포르 정부와의 경쟁과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타이거항공’에 대한 문제점은 시민단체도 지적하기도 했다. 인천경제정의실천연합은 지난 8월 18일 “인천시가 민간항공시장에 참여하려는 것은 명분도 없을 뿐만 아니라 문어발식 행정의 전형”이라고 비난 한 바 있다.

‘인천타이거항공’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자, 인천시는 저가항공사 설립을 취항 준비를 보류한 상태다. 그러나 안상수 인천시장은 16일 국감에서 “올 연말 정도에 준비 절차를 재개하겠다”고 밝혀 항공업계의 논란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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