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지는 '포로 학대' 폭로] 美, 고의 은폐 여부 쟁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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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군의 이라크 포로 학대사건을 둘러싸고 두 가지 의문이 가능하다. 미 수뇌부가 고문 사건을 언제 처음 알게 됐는지, 그리고 사건 폭로에 결정적 증거가 된 사진.동영상을 누가, 왜 찍었느냐다. 두 가지 사안의 내용에 따라 고문 시스템의 존재, 은폐의 고의성 여부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미국, 언제 알았나=미군의 포로 학대는 이라크 전쟁 직후인 1년 전부터 적십자사가 경고했다. AP통신도 지난해 10월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 등에 수용됐다가 풀려난 이라크인 6명의 증언을 인용해 학대 사실을 전했다.

그러나 이라크 임시행정처의 댄 세노어 임시 대변인은 "폴 브레머 최고행정관은 지난 1월 학대 사실을 처음 알았다"고 밝혔다. 당시 이라크 주둔 미군 당국이 포로 학대 제보를 받고 수사에 착수한다고 발표한 것이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7일 상원 청문회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몰라 보고서를 읽지 않았다"며 지난주 언론 폭로가 시작됐을 때야 비로소 학대가 확산된 범위를 알았다"고 말했다.

◇누가, 왜 찍었나=미군 병사들이 '기념용'으로 찍었다는 설과 포로들의 자백을 얻어내기 위해 조직적으로 촬영됐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지난 6일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에 근무한 미군들이 찍은 사진 1000여장을 입수, 보도한 워싱턴 포스트는 "미군들이 모스크를 배경으로, 혹은 낙타를 타고 찍은 사진들에 이어 끔찍한 사진들이 나타났다"고 밝혀 군인들이 '전쟁의 추억' 용도로 사진을 찍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반면 학대혐의로 조사받고 있는 병사들의 변호인들은 "군 정보장교들이 포로들에게 모욕감을 안겨 정보를 실토하도록 유도할 목적으로 학대장면을 연출해 찍도록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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