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권택·신중현 거장에 바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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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류인생'은 예고편부터 화제를 모았다. 통상 예고편은 한편을 만들어 개봉 몇개월 전부터 극장이나 인터넷에서 상영한다. '하류인생'은 이와 달리 예고편이 세 편이나 됐다. 게다가 영상이 뛰어나 반응이 좋았다. 영화 장면에 신중현의 진중한 기타 반주를 입힌 1편은 비오는 듯 처리된 화면에 배우 조승우의 독기어린 눈의 클로즈업, 간간이 주먹 날리는 소리가 들리도록 처리돼 객석에서는 "멋지다"는 탄성이 연발됐다.

예고편을 만든 이는 유명한 CF 감독인 김종원(47)씨다. 평소 임감독과 정일성 촬영감독, 가수 신중현을 흠모해마지 않던 그는 이번 예고편을 이들 선배에 대해 "헌정하겠다"며 돈을 한푼도 받지 않았다. 그는 이전부터 임감독 등과 만나는 자리에서 "기회가 되면 예고편은 제가 만들겠다"고 했고 이번에 소원을 풀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이런 '선행'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걸 극히 꺼려 인터뷰는 물론 사진촬영도 거절했다. 시사회장에서 이태원 사장이 "예고편을 헌정해 준 김종원 감독을 소개하겠다"며 객석에 있던 그를 불러 세웠으나 그는 끝끝내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CF에도 휴머니즘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 그는 '광고계의 임권택''광고계의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이란의 저명한 감독)'로 불린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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