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러피언>프랑스 자동차문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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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파리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파스칼(38)은 최근 부인 크리스틴(36)에게 6만여프랑(약9백60만원)을 들여 「푸조106」이라는 소형차 한대를 선사했다.
자신의 승용차로 개인회사에서 비서로 일하는 부인을 직장까지 바래다주는 일이 번거로웠기 때문이다.
1천㏄급인 이 자동차는 파워핸들이나 자동변속은 고사하고 라디오조차 없는 말 그대로 기본형이었다.그래도 부인은 불평 한마디없이 요즘 새 차를 얻은 기쁨에 마냥 들떠있다.
크리스틴뿐 아니라 프랑스인들은 자동차에 관한한 매우 검소하고보수적이다.
파리에 굴러다니는 차들을 유심히 지켜보면 소형차가 대부분임을금방 알 수 있다.또 더위 때문에 창문을 열고 다니며 주차장에서 빠져나올 때는 수동핸들을 돌리기 위해 낑낑대는 장면도 흔히보인다. 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프랑스에서 생산.판매된 차량1백대중 에어컨은 15%,ABS브레이크는 6%,에어백은 3%만이 장착돼 출고된 것으로 나타났다.파워핸들.창문자동개폐장치.중앙잠금장치의 장착률도 간신히 절반 가량을 넘을 뿐이었다 .
자동차 보유율은 전체가구중 78%로 꽤 높은 편이지만 2대 이상을 소유한 가구는 27%에 지나지 않는다.또 3분의1 가량이 1천㏄이하이며 절대다수가 2천㏄급 이하다.이 이상의 배기량을 가진 차는 5%에 불과하다.
프랑스도 과거에는 엄청난 속도를 내는 대형차나 힘이 좋은 지프등 차량선택에서 남성적인 성향을 보였으나 요즘은 곡선미로 디자인된 여성적인 소형차를 선호하고 있다.
파리=고대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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