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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자사고 입시] 민사고 합격 비결 엿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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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사관고 예비 신입생인 박은영양, 한경재군, 허근영군(왼쪽부터). [오상민 기자]

민족사관고가 8일 2009학년도 신입생 최종 합격자를 발표했다. 지원 학생 수는 560명으로 3.7대1의 경쟁률을 뚫고 154명이 합격했다. 민사고 합격생 3명을 만나 ‘3인3색’ 진학기를 들었다.

수학 문제풀이 아이디어집 만든 서울 둔촌중 허근영군

허군은 중학 3년 동안 내신 대비 학원을 다녀본 적이 없다. 그런데도 전교 1등을 놓친 적이 없다. 자기주도학습으로 기초를 탄탄하게 다졌기 때문이다. 민사고 2차 영재판별력 검사 중 수리과학I은 지난해보다 까다롭게 출제됐다. 허군은 “남보다 실력이 앞서는 과목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며 “수학에서 고득점한 것이 합격 비결”이라고 말했다.

허군은 올해 한국수학올림피아드(KMO) 고등부 은상을 받았다. 수학 아이디어노트 덕을 톡톡히 봤다고 한다. “시험지를 받으면 ‘어떻게 풀까’ 고민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려요. 고난도 문제 풀이 아이디어만 따로 모아 노트 5권을 만들었어요. 다양한 유형의 문제를 푸는 연습도 많이 했어요.” 또 IMO(www.imo.org.yu), 매스링크(www.mathlinks.ro), 매스월드(mathworld.wolfram.com) 등 해외사이트에서 세계수학경시대회 기출문제를 찾아 풀었다고 한다. 연세대 영재교육원을 다닌 허군은 서술형 수학문제를 만들어 친구들에게 보급해줄 정도로 실력이 뛰어나다. 허군은 “올해 수리과학II에선 ‘물의 특성을 10가지 서술하라’ 등 생활과 관련된 과학원리를 묻는 질문이 나왔다”며 “과학은 교과서 한 단원도 건너뛰지 말아야 한다. 심화학습한다고 중학 과정의 ‘생물유전’은 공부하지 않고 고교 생물I로 넘어가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허군은 “민사고 입시는 논리적인 문제해결력을 중요하게 여긴다”며 “수학·과학 문제를 직접 종이에 풀어 보면서 논리력을 키웠다”고 말했다.

독창적인 답변으로 고득점 얻은 부산국제중 박은영양

박양은 “국제중 특성상 다른 합격생들보다 내신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게 좋은 평가를 받은 것같다”고 말했다. 박양은 부산시 언어영재원을 3년째 다니고 있다. 올해 한국철학올림피아드 대상, 대한민국독서토론논술대회 대상을 받았다. 포털사이트에서 글쓰기카페 ‘북웜’(bookworm)도 운영 중이다. 부산매실보육원에서 영어를 3년간 가르치면서 197시간 동안 자원봉사를 했다.

박양은 “영재판별력검사 중 언어·사회 문제는 다른 시각의 답변이 고득점을 얻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착시그림을 제시한 후 ‘현대사회와 연관지어 서술하라’는 문제가 있었는데 획일성과 연관지은 다른 학생들과 달리 자신은 외모지상주의로 접근했다는 것. 또 “전문성면접에서 ‘즉자적’ ‘대자적’의 의미를 묻는 질문을 받았다”며 “뜻을 몰랐지만 포기하지 않고 아는 부분까지 성실하게 응답한 게 좋은 평가를 받은 것같다”고 덧붙였다.

박양은 초등학교 4학년 때 교환교수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서 2년간 지낸 경험이 있다. 귀국 후 영어에 대한 감을 잃지 않으려고 꾸준히 공부했다. 영어신문 ‘The BIMS Times’ 편집부장으로 일기·수필·논설문을 영어로 쓰는 훈련을 해왔다. iBT는 115점, PBT는 660점(라이팅 6.0점).

국제저널리스트가 되는 게 꿈인 박양은 민사고 입시를 준비하면서 신문 사설도 꾸준히 읽었다. 광우병·세계화 등 시사이슈를 쓴 논설위원과 일대일 토론을 벌인다는 마음으로 노트에 반론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박양은 “민사고가 원하는 학생은 공부만 잘하는 학생도, 천재적 두뇌를 가진 학생도 아니다”며 “다른 친구들의 공부법을 좇기보다 내게 맞는 공부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사지식으로 내신 약점 극복한 고양정발중 한경재군

한군은 “내신 상위 7~8% 성적으로 민사고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친구들이 깜짝 놀라더라”고 했다. 한군은 전문성·인성 면접에서 면접관 5인 전원의 만점을 받았다. 전문성 면접은 수험생이 원서에 기재한 강점 과목을 기초로 1대2로, 인성 면접은 3대3으로 치른다. 한군은 강점 과목을 동양사로 썼다.

“전문성 면접에서는 ‘중국의 모든 왕조체제가 무너진 공통 이유를 말해 보라’ ‘중국 역사를 전체적으로 분석하라’는 질문이 나왔어요. 인성 면접에선 ‘대한민국이 지원자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 등을 물었어요.” 한군은 평소 중국사 관련 책을 읽으며 쌓은 지식을 최대한 활용했다. “당당한 자세로 주관적인 의견을 밝힌 게 좋은 평가를 받은 것같다”는 게 그의 얘기다. 동양사학자 겸 기호학자가 되는 게 꿈인 한군은 활자중독증이란 말을 들을 만큼 책을 즐겨 읽는다. 역사·과학·철학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방면의 책을 읽는다.

“지원서에 강점과목을 애매하게 쓰면 안 돼요. 역사가 아니라 국사라고 구체적으로 써야 합니다. 수학·과학과 달리 인문학은 수상 실적을 쌓기 쉽지 않아요. 학업계획서에 학문에 대한 열정이 잘 드러나게 쓰고, 강점과목을 미래의 꿈과 연관지어 써서 효과를 봤어요.” 한군은 “급하게 만든 지원서가 아니라 오랜 기간 준비했다는 인상을 심어 주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1학년 때 수영, 2학년 말까지 플룻을 배웠고 방학에도 여행을 많이 다녔다고 한다. 그는 “여유있게 공부하면서도 내가 좋아하는 분야는 깊이 있게 파고드는 독서를 한 게 합격비결”이라며 웃었다.

박길자 기자, 사진=오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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