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모찌’의 우리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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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결혼식 날, 주인공인 신부만큼이나 신부 친구도 바쁘게 마련이다. 외국처럼 들러리를 서는 일은 드물지만 가방을 들어 주는 등 신부 곁에서 이것저것 챙기느라 정신없다.

이렇게 결혼식 때 신부를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친구를 보고 “그날 ‘가방 모찌’ 하기로 했니?”라고 종종 표현한다.

이때의 ‘가방 모찌’는 무슨 말일까? ‘가방’에 책임을 짐(負擔)이란 뜻의 ‘모찌(もち)’를 붙인 일본어로, 상사의 가방을 들고 수행하는 비서를 일컫는다. 이 말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가방을 메고 따라다니며 시중을 드는 사람’이란 의미로 사용되고 있지만 삼가야 할 표현이다.

신부의 시중을 드는 친구에게 “‘가방 모찌’ 하느라 힘들지?”와 같이 이야기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가방 들어 주느라 힘들지?” “가방 맡아 주느라 힘들지?” 등 다양한 우리말로 순화해 쓰는 게 좋다.

젊은 층에선 ‘모찌’ 하면 ‘찹쌀떡’을 먼저 떠올린다. 일본어 ‘모찌’에는 ‘떡(餠)’이란 뜻도 있는데 이 말을 그대로 들여온 것이다. 시험 합격 기원 선물로 애용되는 ‘모찌’ 역시 우리말인 ‘떡’ ‘찹쌀떡’으로 바루어야 한다.

이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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