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슬링 선수 쌀찌우기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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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체중을 불려라.』 체중감량에만 익숙해진 레슬링선수들 사이에때아닌 「살찌우기」 비상이 걸렸다.
그동안 각종 국제대회에서 한국의 메달박스 역할을 해왔던 48㎏급이 폐지되는등 레슬링 체급이 국제레슬링연맹(FILA)의 결정에 따라 내년 1월부터 10개에서 8개로 축소됨에 따라 체급별로 1~7㎏까지 한계체중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선수들은 새로운 체급에 출전하기 위해 현재의 체중을크게 늘려야 하는등 체중불리기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선수들이 체중불리기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한계체중의 인상으로 현재의 체중으로는 더이상 근력을 유지하기 힘든데다 제실력조차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레슬링 협회는 이번 전국체전(7~13일)이 끝나면 11월중 새체급을 잣대로 대표선발전을 치르겠다고 밝혀 체중불리기는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특히 선수들은 내년 5월 동아시아대회를 비롯,각종 국제대회에출전해야 하므로 새체급 적응을 위해서는 시간이 촉박한 실정이다.때문에 선수들은 저마다 단시간 체중불리기 묘안을 짜내는데 골몰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애틀랜타올림픽 그레코로만형 48㎏급 금메달리스트인 심권호(24.주택공사).이번 체전에서는 52㎏급으로올려 출전할 예정인 심은 이를 위해 훈련도 중단한채 보약.육식등 영양가 높은 음식을 섭취하며 지내고 있다.
내년부터는 54㎏급에 출전해야하는 심은 앞으로 최소한 5~6㎏정도는 더 불려놔야 경기에 임할 수 있어 이같은 「먹고 노는생활」을 하고 있지만 자칫 급작스런 체중증가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90㎏급의 경우도 마찬가지.자유형 김익희(칠곡군청).김태호(상무)등은 앞으로 97㎏급으로 무려 7㎏이나 올려야 하는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이와관련,전문의들은 『막무가내식 영양섭취로 자기 체중의 10%정도 체중을 늘릴 경우,관절염.혈압상승.호흡장애등 인체에 질환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김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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