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추락세 … WTI 70달러대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국제 유가가 다시 급락했다. 경기 침체에 따른 석유 소비 감소가 현실로 나타난 때문이다. 서부텍사스유(WTI)는 배럴당 70달러대로 떨어졌고, 우리나라가 많이 수입하는 두바이유는 60달러대 진입을 눈앞에 뒀다.

WTI는 10일(현지시간) 국제 현물시장에서 전날보다 배럴당 8.86달러 내린 77.73달러를 기록했다. 북해산 브렌트유는 7.19달러 떨어진 74.52달러, 두바이유는 4.54달러 하락한 72.0달러에 마감했다. 두바이유는 지난해 9월 이후 13개월 만에 최저치다.

미국의 석유 소비가 줄었다고 미 에너지부가 발표한 게 유가를 끌어내렸다. 미국의 최근 4주간 석유 소비는 하루 평균 1870만 배럴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8.6% 줄었다. 이 같은 소비량은 9년 전인 1999년 6월 이후 가장 적은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세계 경제가 불황을 겪을 것으로 보고 올해와 내년의 전 세계 석유 수요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올해의 수요 전망은 하루 평균 8650만 배럴로 당초 예상보다 24만 배럴 낮췄고, 내년은 8720만 배럴로 44만 배럴 내렸다. IEA는 올해 석유 수요가 전년보다 5% 증가하는 데 그쳐 93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을 보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유가 하락은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개선에 도움을 준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국제 유가 하락으로 경상수지가 개선되면 외환시장의 불안도 가실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유가 하락이 전 세계적인 불황 전망을 토대로 한 것이어서 수출이 위축될 경우 경상수지가 쉽게 흑자로 돌아서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가가 더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메릴린치의 한 분석가는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가 불황에 빠지면 극단적으로는 내년에 유가가 배럴당 50달러까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유가가 급락하자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다음달 긴급 총회를 열고 대응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아부둘라 알아티야 카타르 석유장관은 “감산을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