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프랑스와 정상회담 취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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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탈리아의 통화정책을 비판한 자크 시라크 프랑스대통령의 발언때문에 3일 열릴 예정이었던 양국 정상회담이 취소되는등 파문이일고 있다.
시라크 대통령은 1일 지방순시 도중 『이탈리아 리라화(貨)의지나친 평가절하는 프랑스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며 이탈리아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이어 『경제및 재정상황이 건전한 나라만이 유럽단일통화의출범에 합류할 것』이라고 전제한뒤 『이탈리아는 단일통화에 가세하기 힘들 것』이라고 꼬집었다.이에 이탈리아 정부가 발끈하고 나섰다. 월터 벨트로니 부총리는 『시라크 대통령은 즉각 발언을취소하고 공개 사과하라』고 촉구하면서 양국 외교관계의 경색을 경고했다.
그는 이어 이탈리아 주재 프랑스대사를 소환,진의를 따지고 3~4일 나폴리에서 열릴 예정이던 양국 정상회담을 취소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다급해진 시라크 대통령은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그는 『이탈리아가 단일통화에 합류하길 희망한다는 뜻을 강력하게 표현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탈리아측은 자국을 얕잡아보는 시라크 대통령의 망언이그동안 한두번이 아니었다며 이번만은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더구나 이탈리아는 지난달 28일 현재 4.5%인 국내총생산(GDP)대비 재정적자율을 단일통화의 조건인 3%이내로 줄이기 위해 긴축 재정안을 마련한 상태에서 시라크 대통령의 비판 발언이 다시 나오자 더욱 「괘씸하다」는 반응이다.
소환당한 프랑스대사는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프랑스의 중요한 파트너』라며 양국 정상회담을 예정대로 열자고 이탈리아를 달랬지만 허사였다.
파리=고대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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