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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소코소 일본문화 <2>‘4차원 스타’ 오다기리 조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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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호 07면

지난 연말은 혹독했다. 새해맞이 긴급 소개팅에 열중하고 있을 때 휴대전화가 그야말로 ‘긴급’하게 울려댔다. ‘어떡하느냐’ ‘부디 힘내라’ ‘너무 슬퍼 마. 이X이라는 유용한 제도가 있잖아’…. 이 무슨 독한 사태인가 싶어 급만남을 급파하고 허둥지둥 검색창을 열었다. ‘일본 배우 오다기리 조(32), 11세 연하 여배우와 결혼 발표!!’. 둘이 출연한 영화 ‘파빌리온 살라만더’의 메이킹 필름에서 유난히 다정해 보인다 싶더라니.

나야 실연의 아픔에 울건 말건 그는 무심한 표정으로 다시 한국에 왔다. 여배우 이나영과 ‘누가 누가 얼굴 작나’를 겨룬다는 김기덕 감독의 ‘비몽(悲夢)’ 개봉에 맞춰서다. 많은 일본 스타 중에서도 오다기리 조는 유난히 한국 여성에게 편애받는 배우다. 일찍이 ‘메종 드 히미코’에서 그의 절대미를 발견한 한국 팬들은 ‘난 미남 배우 아냐’라는 그에게 ‘제발 너의 아름다움에 눈을 떠 줘!’라며 등을 떠밀었다.

반면 일본에서의 오다기리 조는 톱스타라기보다 독특한 정신세계가 돋보이는 ‘4차원 스타’에 가깝다. 딱 봐도 흥행하긴 글렀다 싶은 작은 영화들에 빠짐없이 얼굴을 내밀고, 남의 연애를 엿보는 게 싫다며 멜로 영화를 기피한다. 무슨 자학 취미인지 완벽한 외모를 일명 ‘거적때기 패션’으로 휘감고 다니며, 권위 있는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엔 양 갈래 삐삐 머리를 하고 나타나 사람들을 놀래켰다. 내 일본인 친구들은 대부분 나의 ‘오다기리 예찬’에 대해 “음, 잘생기긴 했지. 연기도 잘해. 하지만…”이라며 말끝을 흐린다.

영화 ‘도쿄타워’가 개봉 중이던 지난해 가을 도쿄 시부야에 가니 ‘100m 오다기리’가 즐비했다. 몸에 짝 달라붙는 트렌치 코트에 꽃무늬 스카프를 두르거나 ‘연분홍 바지+꽃분홍 스웨터’라는 경이로운 차림을 한 남자들이었다. “아휴, 저 패션 센스 좀 보게. 개안하는 느낌이로구나” 하니 일본인 친구가 버럭 화를 냈다.

“‘오다기리가 입었으니 멋졌던 거라고!’라며 한 대 때려 주고 싶지 않아?” 여자보다 더 깔끔하게 눈썹을 다듬은 일본 남자보다 ‘나를 업그레이드시켜 주세요’ 하는 듯한 한국 남자들의 무방비 차림새가 더 매력 있다나. 역시 떡이건 남자건, 남의 것이 더 좋아 보이게 마련인가 보다.


‘오다쿠’라 불리는 일본의 매니어 트렌드를 일본문화 전문가인 이영희 기자가 격주로 ‘코소코소(소곤소곤)’ 짚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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