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BOOK어린이책] 모내기 철엔 목비, 가을엔 떡비가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뜨고 지고』

박남일 글, 김우선 그림, 길벗어린이, 56쪽
9800원, 초등 1∼2학년

 ‘끼리끼리 재미있는 우리말 사전’시리즈 ‘자연’편이다. 지난해 출간된 ‘수와 양’편 『재고 세고』에 이은 두 번째 책이다. 자연과 관련된 우리 고유의 단어들을 해·달·별·바람·구름 등 소재별로 나눠 이야기책처럼 풀어냈다. 일상에서 잊혀져 기발한 퀴즈 거리로 전락한 우리 고유의 단어들을 자연스럽게 살려놨다. 햇빛 한 조각, 진흙 한 덩이도 다양한 빛깔로 해석해 담아내는 우리말의 섬세한 감성이 단어 하나하나에서 생생하게 드러난다.

햇빛도 다 똑같지 않다. 해돋이 할 때 처음 솟는 가녀린 햇빛은 ‘햇귀’, 수많은 화살이 날아오듯 내쏘는 햇빛은 ‘햇살’, 사방으로 확 퍼지듯 넓게 뻗치는 햇살은 ‘햇발’이다. 단어의 느낌을 살려주는 예문들도 돋보인다. “네 꿈도 햇발처럼 활짝 펼쳐 봐!” 꿈의 반경이 몇 곱절 확장되는 듯하다.

흙의 종류도 다양하다. 끈적끈적 끈기 있고 찰진 ‘찰흙’, 보슬보슬 손이 잘 비벼지는 ‘참흙’, 질척질척 짓이겨져 손에 달라붙는 ‘진흙’, 갯벌이나 늪 바닥에서 퍼온 ‘개흙’ 등이다. 물론 용도도 다를 터다. 물에 개어 사람 얼굴도 만들고 재미난 장난감도 만들기에는 찰흙이 제격이고, 모래가 알맞게 섞인 참흙 밭은 물이 잘 빠져 곡식이 잘 자란다. 또 볏집을 썰어 넣어 흙벽을 바를 때는 진흙을 써야 한다.

‘목비’‘일비’‘잠비’‘떡비’ 등 낯선 단어들도 많다. 하지만 설명 몇 줄에 단박에 뜻이 새겨진다. 단어 속에 우리 삶이 담겨 있어서다.

“모낼 무렵 고맙게도 비가 내렸어. 그럼, 꼭 필요할 때 내렸다고 목비. 가슴과 머리를 잇는 사람 목처럼, 농사철에도 중요한 ‘목’이 있지. 바쁜 봄에 내리는 비는 비를 맞더라도 일하라고 일비. 덜 바쁜 여름철에 내리는 비는 집에서 낮잠이나 자라고 잠비. 추수 끝난 가을에 내리는 비는 떡 해 먹는다고 떡비.”(29쪽)

그러니까 지금은, ‘떡비’ 기다릴 때다.

이지영 기자

▒ 중앙일보 라이프스타일 섹션 '레인보우' 가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