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화재 불감증이 부른 參事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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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서울 신촌 록카페의 참사는 차분했던 연휴를 얼룩지게 했다.불과 15분동안의 불인데도 11명이 목숨을 잃었다.지하 밀폐(密閉)시설의 화재가 얼마나 치명적인가를 새삼 실감케 해준다.
사고 원인은 아직 분명히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그러나 사고 원인이 무엇이든 화재불감증이 사고를 크게 한 것만은 틀림이 없다.요즘 화재때 인명피해를 크게 하는 것이 내장재가 타면서 생기는 가스임은 화재때마다 경험해온 것이다.그러나 화재가 난 카페는 내장재를 불연(不燃)제품으로 하기는 커녕 방음장치를 한다고 스펀지를 벽과 천장에 온통 도배해놓아 유독가스를 발생케 했다. 더구나 문제의 업소는 피난설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았다.
피난 유도선이나 유도등도 없었을뿐 아니라 비상구는 대형 에어컨에 가려 있었고 그뒤 밖으로 통하는 출구는 잠겨 있었다.외부로나가려면 폭 1의 계단으로 나가는 것 밖에는 달리 길이 없었던것이다.어느 모로 보나 불이 나기만 하면 대형참사로 이어지게 돼 있었던 것이다.
어이가 없는 것은 그런데도 현행 법규로는 소방서도,구청도,가스안전공사도 이런 위험천만한 업소를 점검할 권한도,책임도 없다는 것이다.말하자면 소방의 사각(死角)지대가 돼 있는 것이다.
이는 이 업소가 실제로는 유흥업소이면서도 허가상으 로는 일반 음식점으로 돼 있는데서 기인한다.작은 일반 음식점은 예방검사대상에서 제외되는 허점을 이용해 아무런 화재예방대책없이 마음놓고영업해오다가 사고를 낸 것이다.
지하공간에서 일어나는 화재가 특히 치명적임에 비춰 지하시설은그 종류를 가릴 것 없이 모두 당국의 점검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본다.전국 유흥업소의 상당수가 지하인 현실을 감안할 때 이런 저런 이유로 안전점검대상에서 제외하는 대상을 둔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여겨지는 것이다.
또한 이번 기회에 업주들의 업태위반과 이를 모를리 없을텐데도묵인해온 당국에 대해서도 별도의 대책이 있어야 한다.지금도 많은 업소가 소방검사를 안 받는 일반 음식점허가로 유흥업을 하고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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