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한자교육 통해 忠孝禮 가르쳐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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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21세기는 아시아.태평양 시대라고 한다.최근의 이같은 추세를반영하듯 한글전용 교육을 받은 학부모 세대의 95.5%가 자녀에 대한 한자교육에 찬성하고 있다는 통계도 있고 한자능력 검정시험을 인사고과에 반영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그러나 교육현장에서의 한자교육현실은 참담하기조차 하다.얼마전모 교육대학에서 초등학교 임용교사들을 대상으로 한자쓰기 실태를조사한 결과 「태극기(太極旗)」를 바르게 쓴 사람은 19%에 불과했다는 조사자료가 나와있다.최근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자쓰기 실태를 조사한 자료에는 「애국가(愛國歌)」를쓴 학생이 42%,「예절(禮節)」을 쓴 학생이 18%등으로 나타났으며 그나마 주어진 과제를 쓴 학생들도 한자를 썼다기보다는그렸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정 도였다.
한자교육은 한자학습도 중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이를 통해동양이 공유해온 중용의 정신을 배우며 끈기와 기다림을 배운다는데 있다.효와 예염(禮廉)의 덕목을 배운 사람은 결코 극단의 논리에 빠지지 않는다.최근 우리 젊은이들의 극단 주의 행태는 바로 한글전용교육과 무관치 않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영어를 정규과목으로 교육하겠다고 하면서 수천년간이나 우리문자로 사용하며 우리역사를 기록하고 우리문화를기록해온 한자를 후세대에게 가르치지 말자함은 무책임한 일이다.
한자를 알고 한글만 쓰는 것과 한자를 모르고 쓰 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역사문제에 대한 중국 공인화의 말은 섬뜩하기조차 하다.
『남의 나라를 멸하고 남의 터전을 흔들며 남의 인재를 끊기도록 하고 남의 교화를 없애버리며 남의 기강을 무너뜨리고 남의 조종(祖宗)을 짓밟아 버리려면 먼저 그 나라의 역사를 없애야 한다.』 수천년전 고구려는 위나라 관구검에게 1백 권이나 되는『유기(留記)』를 침탈당한바 있거니와 지금은 남의 침탈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 국자(國字)의 한쪽 날개를 떼어버림으로써 역사의 단절마저 걱정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지금 우리는 불과 2백여년전에 쓰여진 순한글본 『심청전』이나 『춘향전』조차 제대로 읽을 수없다.만약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와 같은 사서들이 순한글본으로 남겨졌다면 지금쯤은 그나마의 사료조차쓸모없는 휴지조각이 되었을지도 모른다.혹자는 한자가 컴퓨터시대에 걸맞지 않는다고 강 변한다.그러나 오히려 컴퓨터의 등장은 한자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길을 무한대로 열어놓았다.
지금은 정신문화의 황폐화시대다.한자교육을 통해 우리아이들에게충효와 예염의 덕목을 가르쳐 우리 본래의 예의바르고 인정스런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
박광민 한국어문교육연구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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