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 병사가 죽어서 말하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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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무장공비 소탕작전에서 숨진 세 사병의 영결식이 엄숙히 치러졌다.아직도 5명의 남은 공비를 잡지 못한 상태에서 치러지는 영결식인만큼 분노와 오열이 교차하고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출정식분위기를 자아냈다.적화야욕을 버리지 않은 북의 만행에 분노하고,꽃다운 나이에 흉탄을 맞아 산화(散華)한 젊은 넋에 오열하며,북의 도발에 한치의 경계심도 늦출 수 없다는 각오를 다짐하는자리였다.
우리는 흉탄에 숨진 세명의 용사영전에 비통한 심정을 가누지 못한채 이들 젊은 넋이 분단의 한(恨)으로 남지 않고 분단을 넘어선 통일조국으로 나아가는 살신성인(殺身成仁)의 계기가 되기를 간곡히 빈다.
시인 모윤숙(毛允淑)은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고 했다.세명의 용사가 우리에게 남기는 무언(無言)의 말은 무엇인가.통일은민족의 염원이지만 결코 무력으로 이뤄질 수 없음을 죽음으로써 호소하는 것은 아닐까.어떤 형태의 전쟁이든 무력 통일은 젊은이의 피를 부르는 것이다.6.25를 통해 무력통일기도의 참담한 결과가 어떠했던가를 남북한 모두가 뼈아프게 확인했건만 아직도 북한은 적화통일의 야욕을 버리지 않고 있다는 점에 우리는 놀라고 분노하고 있다.세용사는 죽어서 이 사실을 북에 엄중하게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세용사 모두 자신의 안일을 버리고 조국과 민주주의의 수호라는숭고한 이타(利他)정신에 몸을 바쳤다.개인 보다는 군이라는 조직,그리고 나라를 위해 값진 목숨을 바쳤다.지금 우리는 사회와공동체 보다는 나의 이익에만 집착해 질서와 법 을 밥먹듯 무시하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전쟁은 끝났지만 아직도 휴전선은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데 이를 망각하고 북으로 가자,남으로 오라는 낭만적 통일환상주의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를 용사들은 묻고 있지 않을까.젊은 용사들의 죽음 이 헛되지 않게끔 우리 모두 제자리를 되돌아보는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더 이상 공비소탕작전에서 희생자가 생겨나서는 안된다.이제는 소탕에 비록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또다른 희생자가 생겨나지 않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고 소탕작전을 펴주기를 군당국에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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