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칼 수집 조각화 서동화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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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우리 주변에는 값어치가 없어 보이는 것을 꾸준히 모아 마침내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수집가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조각가 서동화(徐東和.43)씨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편지칼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갖고 20여년간 해외각지의 편지칼 3백여개를 모았다.손잡이에 시계가 달린 스위스제를 포함해 일본도를 연상시키는 것,한쌍의 원앙을 본뜬 세트,투박한 모양의 아프리카산등 가지각색의 편지칼을 소장하고 있다.
재질은 아무래도 금속이 가장 흔하지만 목재.상아등 특이한 재료로 된 것도 적지않다.
20여년전 선배가 선물한 프랑스제 편지칼이 시발점이 됐다는 徐씨는 『남들로부터 온 편지를 손으로 무지막지하게 뜯어보는 것보다는 편지칼을 이용해 편지에 담긴 정성을 느껴보게 하는 내면의 멋』과 『조그마한 칼에도 신경쓴 프랑스인들의 장인정신에 한순간 황홀했다』고 「편지칼과의 만남」을 회고한다.
그후 해외여행을 할 때마다 가지각색의 편지칼을 수집했고 또 이 소식을 들은 주위의 친지.친우들도 해외여행을 다녀오면서 하나 둘씩 선물로 건네줘 지금에 이르게 된 것.현재 한양대등 10여군데 대학에서 현대조각을 강의하며 경기도가평에 있는 작업실에서 조각에 몰두하고 있는 그는 개인전 5회를 비롯,크고 작은전시회를 1백여차례 가져온 중견작가이기도 하다.
徐씨는 국내에서 만든 편지칼이 흔치않다는 것에 대해 상당히 상심했다고 한다.『조그마한 칼이라도 무심히 대하면 「큰것」을 잃는다』는 그는 예부터 우리나라는 심신수련.호신용의 우수한 칼을 만들어 왔으면서도 일본에 비해 제대로 된 편지 칼을 만들지못하는 것에 대해 무척 아쉬워한다.『일본의 편지칼은 일본 고유의 일본도에서 유래하는 장인정신의 발로』로 보고 있는 그는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된 편지칼이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은 『장인이 대접받지 못하는 사회풍토의 결과』 라고 잘라 말한다.
徐씨는 대체로 옛 것을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는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고 있는 사람이다.徐씨는 편지칼외에 중학교때 사용했다는전차표도 모아 소중히 간직하고 있으며 어렸을 때 영화를 보러갈때마다 나눠주는 영화팸플릿을 3백여장 모아 코 팅까지 해서 보관중이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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