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긴급진단><좌담>中.정치권 경제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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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정치권에서도 경제난국 돌파가 지대한 관심사로 등장했다.여야 가릴 것 없이 정부의 대응이 안일하다며 적극대응을 촉구하고 나섰다.최근의 경제현황에 대한 정치권의 인식은 어떠하며,또 정치권이 할일은 무엇인지에 대해 각 정당 「경제통」국 회의원 4명의 긴급진단 자리를 마련했다.
[편집자註] ▶강경식의원=불황론에 대책도 백가쟁명(百家爭鳴)식입니다.어떤 사람은 『늘 이런데 웬 난리냐』고 말하는가 하면,『우리경제가 병이 들어도 깊이 들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우리 경제가 「환절기의 감기」 정도인지,아니면 「중병」에 걸려있는지 현재의 상황을 짚어봅시다.
▶장재식의원=현재 우리 경제는 위기상황입니다.보통 감기가 아니라 심각한 폐렴입니다.기업하는 사람이 피부로 느끼는 경기는 말도 못할 정도예요.모든 국민이 『큰일 났다.못살겠다』고 아우성치는 판에 「일시적인 경기순환현상」이라고 진단하 는 것은 말도 안돼요.
▶허남훈의원=경제가 어려운 것은 경쟁력 약화로 성장잠재력이 고갈됐기 때문입니다.게다가 국민의식도 「1만달러 시대」라고 들떠 다시 허리띠를 졸라 맬수 없는 어려운 분위기가 돼버렸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정부가 『어렵다.근본적으로 문제 가 있다』는사실을 인정하고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서상목의원=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신경제 1백일 계획을 세워일단 경기를 부양한 다음 경쟁력강화에 초점을 맞추는 식의 수순을 밟아나갔지요.그러던중 때마침 엔고가 찾아와 생각하지도 않은호황국면을 맞았는데 그게 탈이었습니다.
엔고가 오지 말아야 했습니다.그래서 국제경쟁력을 살리는 일이쉽지않다는 사실을 충분히 깨달아야 했습니다.엔고덕분을 경쟁력 강화로 착각했던 것이죠.
▶張의원=정책당국자들은 그저 태평스럽습니다.최근 내놓은 「9.3경제대책」도 금리.환율.노임.규제완화등 현안에 대해 추상적인 당위성만 얘기하고 있으니 딱하지요.
▶姜의원=경제가 구조적으로 꼬이기 시작한 것은 6.29선언이후 정치논리가 경제를 지배하고 여소야대 정국이 되면서부터입니다.정치논리가 경제쪽에 훨씬 우위에 서온 것이 10년쯤 됐어요.
▶張의원=정치논리 때문에 경제가 안됐다는 것은 말도 안돼요.
정부가 경제정책을 잘못해 놓고서 그 책임을 정치논리가 지나쳐서그렇다고 하면 되나요.
▶姜의원=정치논리라는 표현이 뭣하다면 비경제논리 정도로 해둡시다.아무튼 민주화열기속에 한동안 집단적인 행동등으로 경제논리를 위축시킨 것은 부인할수 없지요.
▶張의원=이제까지 경제팀을 너무 자주 바꾸고 일관된 힘을 실어주지 않아 오늘날같은 정책의 무기력이 나온 것입니다.무역수지적자가 나고 중소기업이 쓰러져가는데 환율에 대한 언급이 없이 9.3경제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수출대책을 발표한 다면서 환율에 관한 이야기는 없다는게 말이됩니까. ▶徐의원=정부라고해서 팔짱만 끼고 있었겠습니까.다만 민주화되면서 권위주의식 경제운용체제가 더 이상 먹혀들지 않게 됐습니다.
따라서 민주화시대에 맞는 새로운 경제운용의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해요.특히 지금의 어려운 경제는 사회.정치분 위기와 연결돼있기때문에 정부의 경제팀에만 맡겨둘 수 없습니다.경제팀에서 못하는 것은 정치권에서 해줘야 합니다.
▶許의원=정부가 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왜 못합니까.
더구나 5년단임인 대통령이 국가백년대계를 위해 벽돌장 하나라도 쌓고 물러나겠다고 생각하면 뭘 못하겠어요.이것저것 눈치 보지 않고 소신껏 경제정책을 추진했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나았 을겁니다. ▶張의원=동감이에요.
대통령중심제를 하는 마당에 대통령이 하기에 달렸어요.대통령에비하면 국회가 무슨 힘이 있습니까.
경제가 정말 위기에 처해 있는 마당에 대통령부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합니다.
남은 임기동안 개혁정신에 입각해 강력하게 개혁정책을 펴나가야합니다.그래야 국회도 떠받쳐줄수 있지요.
▶徐의원=책임론을 따지는 것보다 앞으로의 대안제시가 중요합니다.중장기적인 대책은 정부가 알아서 하고 있으나 우선 분위기쇄신이 시급합니다.9.3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이때문입니다.미안한 이야기지만 내년 예산에서 공무원 봉급동결이 필요하다는 것도 이같은 국면전환을 위해서입니다.이와 함께 임금을 포함한 노사문제를 해결하고 금리와 각종 규제비용을 경쟁 선진국 수준으로낮추는 일이 시급합니다.
▶張의원=장기적으로 교육수준을 높이고 기술력을 향상하지 않고서는 문제가 풀리지 않습니다.또 사회간접자본시설도 확충해야 합니다.재원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나마 잘못 쓰고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경부고속철도만 해도 건설비 20조원 의 3분의1만 들여도 고속도로나 철도를 건설해 물류난을 한결 줄일수 있었을 겁니다.
단기적으로 제일 중요한 것은 중소업체나 수출업체가 부담하고 있는 가격구조를 개선하는 일입니다.
또 환율을 조정해줘야 합니다.95년7월 달러당 7백56원하던것이 9월에는 8백20원으로 8.3% 평가절하됐어요.이 기간중일본은 25% 평가절하됐단 말입니다.이런 상황에서 일본과 대항해 어떻게 수출을 늘릴 수 있겠습니까.
이를테 면 환율이 달러당 9백원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姜의원=고비용문제를 걱정만 할게 아니라 해결책 제시가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과연 금리를 어떻게 내릴 건가 말입니다.
옛날같지않아 금리를 인위적으로 내릴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내 생각으로는 낙후된 금융산업 자체를 개혁적으로 뜯어 고쳐 본격적인 경쟁체제로 만들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고 봅니다만.
▶徐의원=세계화시대에 농업보다도 더 낙후된 것이 금융부문입니다.그러나 금융개혁을 재정경제원에 맡겨서는 절대 불가능합니다.
재경원이 금융개혁작업의 주체가 되는한 금융개혁은 요원합니다.따라서 진짜 금융개혁을 하려면 밖에서 발동이 걸려야 합니다.한편토지정책이 수요를 막는 일방적인 투기억제정책도 고쳐야 땅값 문제가 해결됩니다.토지.그린벨트 정책등에서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합니다.그렇지 않으면 아무일도 못해요.금리나 땅값이 2년간 확떨어지게 되면 경제활력이 살아날 겁니다.행정부가 과감히 치고 나올때 정치권에서 브레이크만 밟지 않아도 도와주는 셈입니다.
▶許의원=표도 많이 얻고 기업의 투자의욕도 높이는 방안이 하나 있어요.금융실명제와 종합과세를 보완하면 분위기가 상당히 좋아질겁니다.
▶徐의원=금융실명제는 처음 시작할때 경과조치등을 둬야 했는데,지금은 타이밍을 잃었어요.공무원이나 일반샐러리맨들에게 임금억제를 호소하는 마당에 한편으로는 금융실명제를 완화한다고 하면 「가진 사람만 봐주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되어있지 않습니까.근로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희생하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 중요합니다.
▶姜의원=금융실명제는 원래 지하경제를 줄이자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금융실명제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돈이 숨어들어 지하경제가결과적으로 더 커졌다면 보완할 필요가 있겠지요.어떤 방법으로든양성화의 길을 터줘야 할 겁니다.내가 주무장관 으로서 82년 금융실명제를 처음 하자고 할때도 그런 구상이었습니다.
▶張의원=그래요.금융실명제의 부작용을 막는 방책을 미리 강구해 놓았어야 했어요.
▶姜의원=정부만 잘못했다고 비판할게 아니라 이 불황기에 정치권이 무얼 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봅시다.
▶許의원=노동관계법 개정문제가 시급한데 솔직히 말해 국회에서누구 하나「임금이 너무 높다거나 복수노조는 안된다」고 용기있게말한 사람이 있었습니까.국회는 안되고 정부에 기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姜의원=우리정치권도 선심을 써 표를 얻으려는 종래의구습을 하루빨리 지양해야 합니다.그러나 당장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과연 정치권의 의식개혁이 현실적으로 실현가능할는지는 나도자신할수 없습니다.사실 정치가 3류인데 어떻게 경제 혼자 1류일수 있겠습니까.정치수준이 올라가지 않는한 결국 경제도 하향평준화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徐의원=이젠 국회에서도 정책을 놓고 시비를 가려야지요.국회에서 규제완화.금융개혁등을 하라고 떠들어야 해요.규제완화도 정부에 맡겨놓아서는 안됩니다.규제완화는 정부의 힘을 빼는 일인데스스로 왜 하겠어요.정치권이 나서 행정부에 압박 을 가해야 합니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을 놓고 이견이 분분한데 국회가 이를 반대하는 것은 모양새가 우습게 됩니다.OECD가입은 시대적인 대세이니까요.
▶張의원=그러나 서둘러선 안돼요.사전에 외국자본이 쏟아져 들어오는 것을 견딜만한 금융자율화 여건을 조성해 나가야합니다.
[정리=박의준 기자] 정리=박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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