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公기업들 접대비 왜 많이쓰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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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벌이는 시원찮은데 괜히 손님은 많아 접대를 계속 하다 보면 어떻게 될까.가정이나 기업이나 이런 상태가 오래가면 거덜나기 십상이다.이런 상황이 민간기업도 아니고 다름아닌 정부출자로 운영되는 일부 공기업에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8개 공기업이 쓴 접대비는 3백51억원.94년보다 20.23% 증가했다.매출액 증가율(16.48%)보다 3.75%포인트나 높다.
특히 광업진흥공사를 비롯한 5개 공기업의 매출액 대비 접대비비중은 민간제조업 평균치(0.28%)보다 훨씬 높다.18개 공기업 가운데 7할이 넘는 13개가 공기업 평균 접대비 지출비중(0.1%)을 웃돌았다.
공기업이란 국가적으로 필요한데 사기업이 맡기에는 재정이나 기능면에서 어렵다고 판단되는 부문에 우선 정부가 출자하는 국영기업체다.어느 나라나 개발연대 초기에 만들었다가 어느 단계에 이르면 민간에 파는 민영화가 이뤄진다.
매출액 대비 접대비 지출비중 1위인 광진공을 보자.광산에 자금을 융자해 주는 일을 맡는 광업인의 은행격이다.그러나 석탄산업이 위축되면서 역시 접대비 지출비중 5위인 석탄공사와의 통합도 거론되는 곳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94년보다 10% 증가했다.그러나 당기순이익은 겨우 4억9천만원으로 1백73% 감소했다.그런데도 접대비가3억4천만원이니 당기순이익의 68%를 쓴 셈이다.법인세법상 세금을 안 내도 되는 손금(損金) 인정한도의 2배 가 넘는 접대비를 썼다.
그런데도 정부의 지난해 경영평가에서 18개 공기업중 광진공이2위를 차지했다는 점이 아리송하다.정부는 매출액으로 잡기 어려운 「사업진흥」 부분이 있어 상대적으로 접대비비중이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광진공은 올 상반기에도 매출액의 1%가 넘는 접대비를 썼다.
공기업 평균 접대비 지출비중을 초과한 13개 공기업중 5개(광업진흥.석탄.도로.수자원.농어촌진흥공사)의 사장이 과거 민자당의원이나 당료 출신이다.이 가운데 이른바 PK(부산.경남지역) 출신이 3명이다.경영전문가들이 아니다.
양재찬 경제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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