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그룹'롤링 스톤스' 리드보컬 믹 재거 영화제작자로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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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록그룹 「롤링 스톤스」의 리드싱어 믹 재거(사진)가 영국 최고의 영화제작자로 변신,관심을 끌고 있다.
62년 결성된 롤링 스톤스는 94년에도 무려 1억4천만달러라는 세계 최고의 공연수입을 올릴 정도로 30여년간 꺼지지 않는팬들의 사랑을 받아온 불사조와 같은 록밴드.특히 믹 재거는 와일드한 무대 매너에 파괴력 있는 음성으로 53세 라는 노령에도불구하고 세계 하드록계의 왕자로 군림해 왔다.
이같은 그가 돌연 2억파운드(약 2천5백억원)라는 천문학적 자금을 투입,향후 5년간 13편의 영화를 제작하겠다고 최근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80년대 「골드크레스트 & 팰리스」사가 도산한 후 영국에서 영화제작에 이처럼 거액이 투자된 적이 없었다. 영화에 대한 재거의 각별한 관심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진 사실이었다.실제로 그는 흥행에는 비록 실패했으나 몇몇 영화에 직접 출연,인상적 연기를 보여줬다는 평을 받기도 했었다.
이제 그는 연기 대신 제작을 통해 영화에 대한 열정을 발산하려는 셈인 것이다.재거는 「재기드 드림」이라는 영화사를 설립,이미 2~3개 영화 제작에 착수한 상태다.
현재 본격적으로 진행중인 작품은 쿠바 게릴라 지도자 체 게바라의 로맨스를 다룬 『타니아』와 2차대전의 첩보전을 소재로 한『에니그마』두 편.체 게바라 역에는 할리우드의 떠오르는 별 안토니오 반데라스를 캐스팅할 예정으로 현재 출연계 약이 거의 마무리 단계다.
또 로버트 해리스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화한 『에니그마』에는 해리슨 포드 또는 재거의 막역한 친구인 잭 니컬슨과 같은 명배우를 등장시킨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와 관련,영화사측은 『유치한 코미디물등은 절대 만들지 않고고급 관객을 위한 수준 높은 작품만을 제작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재거의 이같은 계획에 영국 영화계는 환영 일색이다.그간 할리우드에 밀려 사양길에 접어들었던 영국 영화가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롤링 스톤스의 다른 멤버들은 입이 나와 있다.이들은 영화제작에 골몰한 나머지 재거가 그룹활동에 소홀할까 우려하는 것이다. 어쨌든 하드록으로 세계를 재패했던 믹 재거가 영화로도 성공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런던=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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