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레종의 신비 과학적으로 밝힌다-음향학회서 정밀 녹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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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종소리가 제대로 나지 않았다.아이를 넣고 다시 종을 제작했다.비로소 신비로운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슬픈 전설이 담긴성덕대왕신종(사진.국보 29호)의 맑고 은은한 소리는 어떻게 나오는 걸까.그 신비를 과학적으로 구명하는 연구작업이 시작됐다. 한국음향학회(회장 羅貞烈)가 일명 에밀레종으로 불리는 성덕대왕신종의 음향공학적 연구를 위해 지난 13일 오후11시부터 3시간에 걸쳐 이 종소리의 정밀 녹취작업을 끝냈다.이날 작업에는 경희대 진용옥(陳庸玉.전파공학과)교수와 한국과학 기술원 김양한(金樑漢.기계공학과)교수및 청음 전문가 김벌레씨등이 참가했다. 이날 작업에선 음향및 진동측정은 물론 종 내부 음장(音場)및 땅으로 퍼지는 지중파 측정까지 이뤄졌다.
金교수는 『수집한 자료용량이 90억 바이트나 돼 이를 분석하려면 최소 1개월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밑부분이 두껍고 가운데로 갈수록 얇아지다가 다시 위로 가면서 두꺼워지는 독특한 모양과 타종 부위의 양각 처리효과,긴음관등이 이 종의 소리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비밀이 풀릴 것으로 기대된다.중간연구결과는 경주박물관 주최로 1 1월2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성덕대왕신종 국제 학술대회」에서 발표될 예정.높이 3.66,최대 직경 2.23,무게 약 25인성덕대왕신종은 신라35대 경덕왕이 부왕인 성덕대왕을 기리기 위해 742년부터 만들기 시작해 혜공 왕때인 771년 완성됐다.
종의 보호차원에서 75년부터 타종을 규제해 매년 제야에만 33회 타종해오다 93년부터는 이 마저 중단해오고 있다.
차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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