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공비 주민신고 急減 수색 장기화 될듯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무장공비 잔당을 쫓고 있는 군경(軍警)합동수색대의 수색작업은과연 언제 끝날 것인가.
이에 대해 국방부는 조심스럽게 「조기종결」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양호(李養鎬)국방장관은 21일 『잔당들을 아직 잡지 못해그렇지 우리측 포위망 안에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李장관은 그러면서 『잔당 소탕작전을 조기에 완료하라고 전군에 지시했다』며 상당히 자신감있는 표정을 지었다.
李장관의 말대로라면 도주한 정찰조등이 우리측 「손아귀」에 있으니 이제 잡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마침 상황이 전혀 없었던 20일과는 달리 21일은 아침부터 교전이 벌어지는등 잔당의 위치가 노출된 것도 이를 반증해주고 있다. 그러나 과연 이번 소란이 쉽게 끝날 수 있을까.여러 정황을 고려해 보면 낙관할 상황만은 아니다.
우선 잔당들은 고도의 침투및 산악훈련을 받은데다 요도(要圖)를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요도는 지형의 등고선(等高線)등이 그려진 군사지도로서 「작전의 눈」으로 불린다.전문가들에 따르면 웬만한 특수훈련을 받은 사람이라면 요도만을 갖고도 도주가충분히 가능하다는 것.
또 공비소탕에 결정적인 기여를 해온 산골주민들도 신변위험 때문에 대부분 마을을 떠나버려 신빙성 있는 신고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수색대의 피로 역시 누적되고 있다.李장관은 『우리 작전요원들의 체력이 문제』라며 걱정하기도 했다.李 장관은 또 포위망 압축과 관련해서도 『적들이 포위망을 벗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토를 달았다.
더욱이 이날 아침 교전을 벌인 공비 2명이 침투전문가인 공작원인지,승조원인지 불분명하다.
공작원의 경우 이광수가 당초 밝힌대로 이들이 18일 새벽 잠수함을 탈출,도주했다면 우리측 포위망을 벗어난 지점에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군이 잠수함을 발견한뒤 비상경계 태세에돌입한 것은 18일 오전5시쯤이므로 포위망이 형 성되기에는 3~4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다.강릉을 빠져 나와 내륙깊숙이 잠적했거나 북쪽으로 향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공작원들은 산악지형에서 시간당 5~10㎞ 정도의 도주가 가능하다는점을 고려할 때 이들이 이미 월북 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78년 충남광천 무장공비 3명 침투사건 때 수만명의 수색병을동원하고 답답한 지휘관이 역술인까지 「동원」했지만 이들은 전원한강하구를 통해 귀환했었다.68년 경북 울진.삼척 무장공비 침투사건 때도 1개월동안 전군 비상령 속에서 검 거에 주력했지만이들중 일부가 북으로 도주한 것이 확인된바 있다.군 관계자들은또 숨진채 발견되거나 사살된 18명의 무장공비와 이광수 검거장소가 잠수함 좌초지점에서 모두 남쪽이라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북쪽으로 향하는 공작원의 탈출 을 돕기 위해 아군의 시선을 남쪽에 고정시키려는 뜻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다만 군은 추적을 시작한지 5일정도 되는 22일께면 공비들이허기와 탈진으로 이동에 한계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우려하는 정도로 멀리는 못갔을 것으로 기대섞인 관측을 하는 중이다.게다가작전이 펼쳐지는 강릉은 벌써 최저기온이 5도까 지 떨어진데다 앞으로 더욱 추워질 전망이라고 한다.잔당들이 노숙하기에는 한기가 느껴지리라는 것이다.
군은 현재 잠적중인 무장공비들이 포위망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가정아래 22일까지 포위망을 좁혀가면 이들을 생포하지는 못하더라도 사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따라서 수색대는 포위망 일대에 병력을 집중 배치하는 한편 헬기등을 동원해 입체작전을 펼치고 있다.
다만 수색작업의 1차시한인 22일을 넘길 경우 수색작업의 장기화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다.
정선구.최상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