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민은 과연 믿음직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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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 시민의 투철한 신고정신으로 위기의 순간을 넘겼다.허술한 군의 방어태세에 비해 시민의 신고정신은 단연 돋보였다.무장공비발견에서 생포까지,그리고 도주하는 공비 수색작업에 길잡이를 자청하는 강릉일대 주민들의 기민하고 용의주도한 노 력은 민주시민의 자구노력이 무엇인가를 몸으로 실천하고 있다.
위기일발의 순간,운전기사 이진규씨는 공비라는 의혹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주도면밀성을 보였다.자정을 넘긴 피곤한 시간에 확인과 신고를 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그러나 그는자신의 안일을 택하지 않았다.공비생포에 공이 큰 홍사근씨부부의기지와 침착함도 보통을 넘는다.이미 무장공비침투라는 뉴스가 전해진 상황에서 노부부의 가슴은 얼마나 떨렸을 것인가.그러나 남편은 침착하게 공비에게 접근해 대화를 나누며 안심시키고 한편 부인은 뒤편으로 돌아가 경찰에 신 고하는 기지를 발휘했다.
수만명의 군경이 물샐틈 없는 방위태세를 갖췄다고 했지만 이진규씨의 신고가 없었다면 무장공비들이 어디에 가서 무슨 일을 저질렀을지 아찔한 상황이었다.수만 군경이 동원돼 아직 한명의 공비도 더 생포하지 못했으니 노부부의 기지가 없었다 면 그들의 침투가 왜,어떤 이유로 생긴 것인지 짐작도 못할뻔 했다.
지난번 체포된 간첩 「깐수」의 증언에서 드러났듯 우리 주변엔보이지 않는 간첩들이 숱하게 퍼져 있으리라 짐작된다.보이지 않는 적을 색출해내는 일은 군경의 일만이 아니다.오히려 시민이 경각심을 발휘해 관찰한다면 더 많은 적과 간첩을 색출해낼 수 있을 것이다.믿음직한 시민이 나라를 지키는 기둥임을 용감한 시민을 통해 우리는 거듭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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