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분열하는 이탈리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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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중해 한가운데 장화처럼 길게 뻗은 이탈리아반도는 고대로마문명의 발상지이자 르네상스문화가 꽃폈던 땅이다.또 바다와 가까운지리적 조건 때문에 일찍부터 상업과 도시가 발달했다.
그러나 문화발달과는 대조적으로 정치적으론 숱한 외침과 분열을경험했다.476년 서로마제국 멸망후 1861년 통일까지 약 1천4백년간 이탈리아는 다양한 통치체제와 분열된 권력의 지배아래있었다.이같은 역사적 체험은 이탈리아를 정치후 진국으로 남게 했다. 이탈리아는 지방색이 아주 강하다.북부와 남부는 인종.문화.사회.경제면에서 현저한 차이가 있다.북부사람들은 주로 키가크고 금발인데 반해 남부엔 키가 작고 머리칼이 검은 사람이 많다.북부사람이 성실.근면한데 반해 남부사람들은 낙천적 이며 놀기 좋아한다.북부인들은 남부인들을 「테로니」(시골뜨기)라고 경멸한다.「테로니와 개는 출입금지」라는 간판이 붙은 술집이 있을정도다. 경제적으로도 차이가 크다.북부가 공업이 발달한데 반해남부는 농업이 중심인 이중구조가 형성돼 있다.남북격차 해소는 통일이래 이탈리아의 국가적 과제였으나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불만이 큰 것은 오히려 북부사람들이다.이들은 남부출신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이탈리아정치에 대해 강한 반감을 가지고 있다.특히 자신들로부터 거둬간 세금을 밑빠진독이나 다름없는 남부에 쏟아붓는 중앙정부를 더 이상 용납할 수없다는 입장이다.또 부정부패로 얼룩진 기성정치권에 대해 극도의혐오감을 갖고 있다.
북부사람들은 이같은 구조적 문제점을 시정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그중 가장 과격한 것이 분리독립운동이다.특히 90년대 들어급진노선의 북부동맹이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독립운동이 구체화하더니 급기야 분리독립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
15일 이탈리아 북부 8개지방으로 구성된 파다니아공화국이 선포됐다.아직은 그 세력이 약하지만 앞으로 그 파문이 상당할 조짐이다.세계를 하나로 묶는 국경없는 시대,유럽이 하나로 통합되는 21세기를 앞두고 이탈리아는 다시 분열의 길을 가는 것이다.통합에서 분열로,화합에서 대립으로 가는 역사의 불안한 진행을보면서 세기말(世紀末)의 불안을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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