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학술회의 南北학자 '韓總聯' 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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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남북한 학자들의 통일논의에서 지난 여름 서울을 소란하게 했던한총련(韓總聯.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문제가 뜨거운 논쟁거리로 등장했다.이번 학술회의에 참석한 학자들 대부분이 남북한의 각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현직 교수들이라 한총 련 사태를 둘러싼 공방은 한총련 사태를 포함한 남북의 현실 인식과 시각차를극명하게 보여줬다.
한총련 문제와 관련한 논쟁의 포문은 북측이 먼저 열었다.김일성종합대 교수인 김양환 박사는 13일 오후 회의 발언도중 한국정부의 한총련 「탄압」문제를 거론하며 『16년전의 광주폭거를 연상케 하는 남조선 당국의 한총련 탄압은 용납할 수 없는 반통일 행위』라고 목청을 돋웠다.화기애애하던 회의분위기는 급변,일순간 긴장감이 감돌았다.
金박사는 한총련 사태 과정을 장황하게 설명한 후 『한총련 사태에 대해 남조선 교수 여러분들도 모두 공분을 느꼈을 것』이라면서 한총련 탄압 중지와 국가보안법 철폐.양심수석방등을 거론했다. 신복룡(건국대)교수가 이의를 제기했다.신교수는 자신이 관련 학생들과 면담한 결과를 토대로 『한총련이 북을 지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북측의 착각』이라면서 『한총련 학생들이 북과 같은 이데올로기나 노선을 갖고 있다는 인식아래 「우리편」이라 생각한다면 그것은 북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들이 아직 통일문제를 이데올로기로 말할 수 있을 만큼 성숙한 지식인이 아니며 산업화와 권위를 상실한 시대에서 겪고 있는「이념의 실수」일 뿐이라는 요지였다.또 남한의 비전향 장기수들이 모두 공산주의자며 북으로의 송환을 희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해라고 지적했다.
한총련사태 문제는 이날 북한이 마련한 만찬장인 유경식당으로 이어졌다.한총련 사태가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남측내부의 문제이지 북한이 관여할 문제가 아니라는 남측 학자들과 한총련에 대한 제재를 반통일 정권의 증표로 강조하 는 북측 학자들은 팽팽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한총련 문제는 14일 오전 회의가 열리자 마자 다시 화제에 올랐다. 북한측은 전날 신복룡 교수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반론형식으로 제기했다.
북한측은 학생들의 의로운 통일운동을 지지하는 것이지 그들이 우리 체제를 지지하라는 것은 아니라면서 『수천 수만 학생들의 행동이 코흘리개 망동이라면 그들을 키운 우리 교수들도 문제』라고 말했다.
남북 양측 학자들이 현격한 입장차를 좁힐 수 없는 한총련 논쟁은 이번 회의의 가장 「뜨거운 감자」였다.
베이징=문일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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