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아르헨티나 정상회담 의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칠레의 산티아고에서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을 태운 보잉747 특별기는 30분만에 안데스산맥 봉우리의 만년설을 뒤로 하고 광활한 아르헨티나 평원으로 항로를 잡았다.
金대통령은 끝없는 대초원(팜파스)에 강렬한 인상을 받았는지 『아르헨티나의 무한한 잠재력을 대초원에서 발견했다』며 새로운 시장에 대한 진출의지를 가다듬었다.
金대통령의 숙소 알베아르호텔 부근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가로지르는 「7월9일 도로」는 세계에서 가장 폭이 넓다는 1백의 32차선이다.분지형 도시에서 오는 답답함이 느껴지는 산티아고와는사뭇 다른 분위기다.
카사 로사다(대통령궁.분홍색 집)주변을 비롯,돌로 깎아만든 사치스런 거리는 2차대전 이전 세계5대 부국(富國)의 면모를 보여준다.칠레에 짜임새와 차분함.절제가 있다면 아르헨티나에서는느긋함과 시원스러움.화려함이 느껴진다.
아르헨티나는 인플레 억제를 위해 페소화의 대(對)달러화 환율을 1대1로 고정시킨 카를로스 메넴대통령의 태환정책(91년)으로 경제안정에는 일단 성공했다.金대통령은 『아르헨티나의 진정한저력은 과감한 개방과 시장경제정책으로 과거의 경 제위기를 극복한데서 찾을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렇지만 페소화의 과대평가가 장기화되며 성장과 투자가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다.우리와의 경협은 유전개발.수산에 머물러 있고 칠레와 달리 TV는 일부 덤핑문제,자동차는 쿼터제 때문에 수출환경에서 밀린다.
그러나 『80년대 잃어버린 10년을 마감하고 기회와 도전의 땅으로 변모』(金대통령 표현)하는 이곳 시장의 진출을 넓히기 위해 우선 구체적인 협력원칙부터 내놓았다.
金대통령은 양국간 경협을 제조업.사회간접시설까지 확대해 아태경제협력체(APEC)와 남미공동시장의 협력시대를 열고,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의 발전을 꽃피우는 공동목표를 추구하는 동반자로 협력해나가자고 강조했다.
메넴대통령은 이같은 협조의 틀을 즉각 수용하고 상호보완 협력방안 마련에 적극적이었다.양국은 항공협정을 체결했으며 상파울루(브라질)에 취항하고 있는 KAL 노선을 부에노스아이레스까지 연장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金대통령은 9일 아침(한국시간 9일저녁)아르헨티나 독립영웅산마르틴장군을 기념하는 산마르틴광장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 참석하는 것을 시작으로 아르헨티나 방문일정을 시작했다.
金대통령은 대통령궁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불과 1년 사이에지구 반대편의 저쪽과 이쪽에서 두번이나 마주앉게된 것을 뜻깊게생각한다』면서 『이는 서로의 잠재력을 유용하게 나눌수 있는 동반자관계가 됐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강조.
金대통령은 아르헨티나 경제단체 주최 오찬연설을 통해 『한국은APEC에서,아르헨티나는 남미공동시장에서 두지역을 접근시키는 주도적 역할을 할 때가 왔다』면서 『아시아와 남미에서 타오르는번영의 불길이 서로에게 옮겨질수 있도록 노력하 자』고 역설.
…金대통령은 이에 앞서 8일 미국 NBC의 스페인어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본인이 대통령 당선시 많은 사람들이 군부와의 동거가 불가피할 것으로 생각했으나 취임 수일후부터 2백여명의 장성을 전역시키는 과감한 개혁을 실시했다』고 말했 다.
부에노스아이레스=박보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