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BOOK책갈피] 모든 아이는 외계인 ?‘부모되기’ 참 어렵네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7면

화성 아이, 지구 입양기
데이비드 제롤드 지음, 정소연 옮김
황금가지, 260쪽, 1만원

 부모와의 첫 만남을 기억하는 이는 없지만 제 자식을 처음 본 날을 잊을 수는 없으리라. 이는 낳은 아이가 아니라 기른 아이라도 마찬가지인 걸까. 데이비드는 아이를 보는 순간, 느꼈다. 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는 모습에서, “아빠, 안녕!”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확신의 전율 속에 그는 이 아이 데니스를 입양하겠다고 결심한다. 그러나 입양 기관의 사회복지사는 만류한다. 과잉행동장애가 있는데다 8년 동안 8군데의 보육 시설을 옮겨다녔고, 무엇보다 자신이 ‘화성인’이라고 생각하는 이 아이는 ‘당신이 찾는 아이’가 아닐 거라며.

낳은 아이와 입양아가 다른 점은 이들에겐 ‘과거’가 있다는 사실이다. 비극적이고 때로 잔인하기까지 한. 데이비드 역시 ‘입양 후보’ 아이들의 프로필을 보며 절망했다. 상상 속에서 그는 너그럽고 현명한 아빠였고, 아이는 천진난만하고 큰 눈 가득 경이를 담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의 ‘입양 후보’들은 정신지체·학대·간질증세 등으로 고통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나는 아이를 원했지 문제를 원하지 않았다”. 그래도 그는 데니스를 선택한다. 그렇게 화성인 아이와 지구인 아빠의 만남이 시작된다.

『화성 아이, 지구 입양기』는 ‘스타 트렉’ ‘환상특급’ 등 미국 드라마의 작가이자 인기 SF 소설가인 데이비드 제롤드의 자전적 소설이다. 아들 션을 입양했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동성애자 독신 남성 데이비드와 여덟 살짜리 데니스의 ‘가족 되기’를 담았다. 자칫 신파조로 흐를 수 있는 주제건만, 경쾌하고 엉뚱하다. 작가 특유의 유머와 진실이 주는 울림이 녹아든 글쓰기는 단숨에 읽히면서도 군데군데 줄치고 싶어진다.

아이는 데이비드의 집에 온 날, 작은 생애를 담은 듯한 커다란 가방을 내려놓는다. 아버지는 낡은 가방을 버리라고 하지만, 아이는 “화성에 돌아갈 때 가져가야 한다”며 챙겨놓는다. 언제 버림 받을지 모르기에, 자신이 화성인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모든 아이는 부모에게 난데없이 주어진 ‘미지의 존재’인 법. 그 아이를 지구촌 시민으로 길러내기까지 ‘부모 되기’의 어려움은, ‘입양’이라는 소재를 넘어서는 보편적 호소력이 있다. 입양을 터부시하는 한국 사회에서 되새겨야 할 ‘가족의 의미’가 새록새록하다. 미국 SF문학계의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휩쓴 작품으로, 존 쿠삭 주연의 영화(‘화성 아이 지구 아빠’)로도 만들어져 국내에선 올 초 개봉했다.

강혜란 기자

▒ 중앙일보 라이프스타일 섹션 '레인보우' 가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