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1만km를가다>5.장례의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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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티베트 여행중 조장(鳥葬)에 관해 물어보면 티베트인들은 이내 불쾌한 낯빛을 보이는 경우가 다반사다.철저히 함구령이 내려진듯말대꾸조차 않는다.
라싸 북쪽에 있는 써라(色拉)사원을 찾았을때 탐사팀은 사원 뒷산에 독수리 떼가 나는 광경을 우연히 발견했다.호기심에 찾아가본 곳이 조장터였다.말로만 듣던 조장터지만 입구에서부터 장의관리인의 완강한 제지를 받았다.조장은 가족들마저 보지 못하게 한다고 한다.
티베트의 장의법은 흔히 독수리에게 시신을 먹이는 조장으로 알려져 있다.티베트에서 「자토」라고 불리는 조장은 「새에게 먹인다」는 뜻이다.티베트인들이 자토를 치르는 것을 목격하게 되면 몸서리 쳐진다.
티베트의 조장은 「조자바」라는 전문 장의사가 사흘 또는 닷새동안 집안에서 조문받은 시신을 장지까지 짊어지고 간다.이때 가족은 따라올 수 있으나 「도우토우」(鳥葬場) 입구에서 향을 피우고 고인의 명복을 비는 기도를 올리며 기다릴 뿐 이다.도우토우는 대개 절이 내려다보이는 산 중턱에 위치한다.
라마승은 새를 불러들이기 위해 사람 뼈로 만든 퉁소인 「강당」을 불거나 볶은 보리인 「잠바」를 뿌린 소나무에 불을 붙여 연기를 내 독수리를 불러들인다.이때 조자바는 칼과 도끼로 시체를 토막내고 장기와 골수도 잠바에 버무려 독수리에 게 나눠준다. 날개를 퍼덕이며 머리 위를 활공하던 독수리들이 마침내 토막난 시체로 달려든다.남은 뼈조차 장례식이 치러지는 도우토우의 작은 바위 구멍에 넣고 망치로 부순 다음 잠바 가루에 섞어 독수리에게 던져진다.이윽고 독수리가 사람 고기를 말끔 히 쪼아먹고 날아가면 유가족은 새가 죽은 이를 데리고 하늘로 날아간 것으로 여긴다.결국 도우토우에는 머리카락 한줌과 백골 일부만 남은채 다시 정적이 감돌 뿐이다.
물론 이같은 조장은 인건비등 비용이 많이 들어 부유하지 못한사람은 엄두를 내지 못한다.사정이 여의치 않은 사람은 조장과 견장(犬葬)을 함께 하는 절충형의 장례를 지낸다.즉 살점만 독수리나 까마귀에게 나눠주고 뼈와 뼈에 ■아있는 살점은 개에게 주는 형식적인 조장을 지낸다.
티베트에서 조장이 성행하게 된 것은 새에 보시한다는 라마 불교적 믿음과 티베트인들이 이상적인 장의 방법으로 여기는 화장을할만한 땔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티베트는 1년중 8개월 이상이눈으로 뒤덮이는 동토다.겨울이 지나 만물이 소 생하는 철에도 티베트의 들판엔 풀뿐이다.그래서 유목민들조차 야크나 양등의 똥을 말려 연료로 사용한다.때문에 화장을 치른다는 것은 보통의 티베트인들에게는 사치스러운 것일 수밖에 없다.
티베트 장의 풍속중 가장 최상의 것은 영장(靈葬)이다.영장은국왕인 달라이 라마나 왕의 스승인 린포체의 시신을 미라로 만들어 탑에 모시는 왕장이다.
다음으로 화장이 최선의 장의 방법이지만 일반인은 엄두를 못내고 큰 부자나 고승들의 전유물이다.화장하려면 값비싼 땔감이 필요하고 화장을 진행할 장소인 화장용 불탑도 건립해야 한다.게다가 장의 기간도 49일씩이나 된다.웬만한 부자가 아니면 화장 대신 조장을 택할 수밖에 없다.결국 조장이 대부분의 티베트인들이 원하는 현실적인 장의법이다.
***모 든 사람이 죽은 뒤에 조장으로 장례를 치르는 것은 아니다.장의 방식은 라마승이 사망자의 생전 행적을 토대로 결정한다.생전에 믿음이 독실했다면 조장을 치르게 된다.종교적 수행이 부족한 사람이거나 어린이가 죽으면 살점을 잘라 강물에 버 려 물고기 밥이 되게 하는 수장(水葬)을 치른다.
흙 속에 묻는 토장은 30㎝만 파도 바위층이 드러나는 티베트의 토질 때문에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이는 전염병 환자나 범죄자의 전용 장례법으로 누구나 기피한다.기피하는 이유는 시신이 매장되면 사자의 영혼이 시신으로 다시 들어가려 한다고 믿기때문이다.그렇게 되면 시체에 악령이 깃들이게 된다고 한다.
관념의 차이지만 티베트인들은 죽음을 별로 두려워하지 않는다.
사람이 죽으면 혼은 더이상 몸에 머무르지 않는다고 한다.죽음은육체로부터 의식체를 완전히 분리하는 한 과정으로 생각한다.이때의 의식체를 티베트에서는 바르도체라고 한다.바르 도체란 생과 사후세계의 중간상태인 바르도에 머물러 있을때 갖는 몸을 의미한다. 티베트인들은 적어도 조장을 지낼만큼 성실하게 살아온 인간이라면 49일만에 환생한다고 믿고 있다.따라서 사흘에서 닷새 뒤에 시신을 집에서 옮긴 뒤에도 사자(死者)의 초상물을 시신이놓였던 방 구석에 두고 초상물 앞에는 바르도의 49 일이 끝날때까지 계속 음식을 차려둔다.환생을 빨리하고 못하고는 어떤 방식으로 장의를 치르느냐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티베트의 장례의식은 결국 다시 이세상에 태어나는 환생을 목표로 하고 있다.
티베트의 조장 풍습은 2백여년전인 1793년 청왕조가 금지 포고령을 내렸지만 막지 못했다고 한다.금세기 들어서는 처참한 조장의 현장이 사진을 통해 바깥 세상에 낱낱이 알려져 천하에 몹쓸 야만집단으로 매도되자 조장은 더욱 베일속으로 숨어버렸다.
티베트의 조장은 문명화한 외지인들에게는 이질적이지만 결국 그나라 고유의 풍습이라고 이해할 수밖에 없다.
글.사진=고창호 기자 박철암 경희대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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