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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미국.이라크 砲擊속 전화 討論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미국이 이라크에 미사일 공격을 한 직후 미 CNN-TV는 워싱턴에서 미국의 리처드 루거 하원의원이 타리크 아지즈 이라크 부총리겸 외무장관과 위성전화로 토론하는 모습을 방영했다.
전쟁중인 두나라의 대표적 정치인과 외교책임자가 격앙된 표현 한마디 없이 열심히 자신의 입장을 피력하며 대화하는 것은 매우이색적이었다.
더구나 루거의원은 미 정계에서 『이라크에 대한 응징을 더욱 강화,바그다드를 공습하라』고 주장하는 대표적 매파 정치인이고 아지즈는 지난 90년 걸프전 이래 이라크 외교를 총책임지고 있는 「반미(反美) 선봉장」이란 점을 감안하면 매우 흥미있는 기획이었다.
일각에서는 이번 기획이 지난 걸프전때 이미 이라크 보도에서 독보적 위치를 구축한 미국 CNN의 또 하나의 승리라고 분석했다. 아지즈는 이라크군이 이르빌에서 어떤 무고한 희생도 내지 않았으며 일부 희생이 있었던 것도 이라크군에 책임이 있지 않다고 열심히 주장했다.
그러나 첫날 27발의 토머호크 미사일에 이어 다시 17발의 미사일이 날아드는 상황에서 들리는 그의 목소리는 겁에 질린 약자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 이상이 아니었다.
CNN은 이러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이번 아지즈부총리와 루거의원의 TV대담을 보면서 미국에서 보는 다른 나라의 저항과 미국 밖에서 보는 미국의 힘은 엄청나게다르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이번 경우에도 미국에서 듣는 아지즈의 목소리는 모기소리 만큼이나 작게 들렸다.
반면 바그다드에서 들었을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의 대(對) 이라크 경고는 얼마나 크게 들렸을까 궁금했다.
진창욱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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