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칼럼>북한 경제회생 위해 무역규모 확대 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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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3일부터 3일간 나진.선봉 자유경제무역지대의 개발에 관한 국제투자 비즈니스포럼이 나진에서 열린다.북한은 포럼 개최를 적극 추진해왔고 대외경제협력추진위원회에 참가를 신청하는 사람에는국적을 묻지않고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북한이 대외경제 개방면에서 한정적 개방화를 추진하고 있음은 분명하다.그러나 개방화의 내용과 방향은 명확하지 않다.실은 북한 자신이 「개방」이란 말을 기피한다.자신이 폐쇄주의를 취한 것은 아니며 오히려 미국등의 봉쇄정책 때문에 대외 경제 관계 확대에 제약이 있었다는게 그들의 주장이다.
자립적 민족경제 건설의 기본방침에 변경은 없으며 국제적인 사회주의시장의 붕괴에 대처하기 위해 외자를 적극 도입하고 시장경제권,특히 아시아태평양국가들과의 경제관계 확대를 도모한다는게 94년 이래 대외경제 정책의 새로운 기본이 되고 있다.그 한 기둥이 91년의 나진.선봉자유경제무역지대 설치고 다른 한 기둥이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국가들과의 무역확대다.
자유경제무역지대에의 외국 투자유치는 계약베이스로 3억5천만달러,실시베이스로 3천5백만달러에 불과해 아직 시작단계에 지나지않는다.따라서 이번 국제포럼에 거는 북한측의 기대는 크다.한편대외경제 관계의 주축을 이루는 무역고를 보면 95년 무역액은 20억달러다.
북한은 94년부터 완충기의 전략적 과제중 하나로 「무역제일주의」를 내걸고 있지만 한심한 상태고 동남아국가들과의 무역도 별다른 진전이 없다.
북한의 무역의존도(국내총생산에 대한 무역액의 비율)를 북한 고위관계자가 밝힌 95년의 1인당 국민소득 7백19달러를 근거로 계산해보자.인구를 2천2백7만명으로 추정하면 국민소득이 1백59억달러.여기에 서비스부문 생산과 고정자산의 감가상각액을 더하고 해외 순소득을 뺀 국내총생산은 국민소득의 20%가 불어난 것으로 가정하면 1백91억달러로 추정된다.따라서 무역액을 20억달러로 계산하면 95년의 무역의존도는 10.5%가 된다.
물론 국내총생산에는 군대.경찰등의 공 공부문이 포함되지 않았기때문에 이 수치는 과소평가의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현재 무역의존도가 50%쯤에 이르지만 개혁.개방정책에착수한 78년에는 10%였다.중국의 78년 당시와 북한의 현재무역의존도가 같다는 것은 북한의 무역의존도가 상대적으로 얼마나낮은가를 잘 말해준다.
북한의 무역의존도는 원래 90년 당시 20% 이상이었으나 사회주의시장의 붕괴로 무역액이 격감,저하된 것이다.공업.농업 모두 심각한 부진에 빠져 마이너스성장에 처한 북한은 현재 국제경제와 단절,고립돼 있다.
북한이 현재의 난국을 타개하자면 대외경제 관계의 확대,즉 경제개방화와 개혁을 추진하는 것밖에 길이 없지만 현 정치체제로 보아 급격한 정책변화는 예상하기 어렵다.그러나 최근 간행된 김일성(金日成)저작집 44권에 나타난 경제부문책임일 꾼협의회에서의 결론,이른바 「유훈」은 중요한 점을 시사한다.
즉 김일성이 전력난 타개를 위해 중유발전소의 건설과 석탄수입,흥남비료공장의 설비.보수에 필요한 자재수입,수출용 시멘트 생산에 필요한 고열탄수입,제철을 위한 코크스탄의 수입다각화,무역확대에 필요한 화물선의 건조확대및 이를 위한 엔진 .내장품 수입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것이다.
이 「유훈」은 경제회복에 무역확대가 절대적으로 요구되고 자력갱생 방침을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것을 제시한 사상적.이론적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고마키 데루오 日아시아경제硏 연구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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